위법 여부는 법원에서 가려지겠지만 이번 사례는 말만 무성했던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가 국내에서 처음 적발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오라클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 중 일부를 지적재산권 사용료 명목으로 미국 본사에 보내는데 규모가 연간 수천억원에 달한다. 2007년까지만 해도 오라클은 수익에 대한 세금을 성실히 납부했다. 한미 조세조약은 국내 업체가 미국 기업에 사용료 등으로 지급하는 돈의 15%를 한국에서 원천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오라클은 2008년 사용료 지급처를 조세회피처인 아일랜드에 세운 오라클서비스로 바꾼 후부터 한국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한다. 국세청이 현장조사를 해보니 조세회피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오라클서비스라는 회사의 실체가 불분명하고 사용료 대부분이 여러 단계를 거쳐 미국 본사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이 같은 세금 탈루 수법은 구글·애플 등 다국적기업들이 애용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조세회피 꼼수를 부리는 다국적기업이 오라클뿐만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다국적기업들이 교묘한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것은 형평성과 조세정의 차원에서 단호히 막아야 한다. 다국적기업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으로 세금 탈루를 감시하는 한편 제도상 허점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