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우리 건설업계는 해외플랜트사업에서 천문학적 손실을 만회하느라 고생했다. 그 원인은 저가 수주 탓도 있지만, 잘못된 인센티브 탓도 있다. 수천억 내지 수조원 규모의 해외플랜트사업 손익은 수주 시점에서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준공 후 정산 시점에서 확정된다. 하지만 인센티브는 대부분 수주 시점에서 준다. 큰 공사를 수주했다고 승진도 시켜주고 성과급도 듬뿍 준다. 그러다 보니 건설업체마다 한동안 지속적으로 해외 수주에 열을 올렸고, 결국은 수행능력을 초과한 과잉수주와 저가수주로 인해 심각한 손실을 입게 됐다. 이처럼 참담한 결과는 수주 이후 3∼4년이 지나야 드러나게 된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이나 땅을 사서 하는 자체 개발사업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도 넘게 걸리는 사업이지만, 이런 장기사업에서도 인센티브는 최종 손익이 확정된 뒤에 주는 것이 아니라 수주 시점에서 주는 경우가 많다. 만약 건설업체 오너나 최고경영자(CEO)가 “저 땅을 꼭 사야 한다”고 지시한다면 임직원들은 ‘꼭 살 수 있는 높은 가격’에 사기도 한다. 땅값이 너무 높아 수익 창출이 어려운 것은 뒷사람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한때 잘나가던 주택업체나 개발업체들이 숱하게 망한 것도 잘못된 인센티브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기업 인수합병(M&A)도 마찬가지다. 적정한 가격이 아니라 무조건 인수해야 한다고 하면 ‘꼭 살 수 있는 높은 가격’을 제시하게 마련이다. 특히 M&A 실무를 담당하는 재무나 법무 담당자들은 거래를 성사시켜야만 성공보수를 비롯한 인센티브를 받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종종 경쟁사보다 훨씬 높은 M&A 비용을 지불하기도 하고,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는커녕 모기업까지 망하게 만드는 참극이 벌어진다.
우리 건설업체들은 리스크 관리보다 리스크 테이킹을 잘하는 편이다. 손익이 확정된 뒤에, 다시 말해서 최종 성과를 확인한 뒤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수주 시점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리스크 테이킹을 부채질하는 행위다. 수주 중심의 인센티브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수익성 중심 경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건설업체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내용·크기·시기를 포함한 적절한 인센티브 구조의 설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