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이겨낼 무기는 미리 준비하지 못한다. 취임 전 ‘인수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는 탓이다. 임기를 시작한 후에는 박근혜 정부 인사들과의 동거 생활이 예정돼 있다. 전례가 없는 상황인 탓에 타산지석을 삼을만한 사례 역시 없다.
과연 19대 대통령에게는 어떤 험로가 기다리고 있을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노력은 또 무엇일지 정리해봤다.
[영상]첩첩산중, 가보지 못한 길 /서울경제DB |
갓 취임한 19대 대통령이 컴퓨터 앞에 앉아 막막한 취임 이후를 꾸려가는 포맷 영상 /영상화면캡쳐
◇인수위 없이 임기 시작하는 19대 대통령새로 들어설 정부는 대통령 취임 전 사전준비단계인 인수위원회를 두지 못한다. 19대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을 거치지 못하는 탓이다. 현행법은 대통령 보궐선거로 당선되는 대통령은 그 즉시 취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수위원회는 대통령 당선인을 도와 대통령직의 인수와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기구인 셈이다. 인수위 없이 차기 정부가 출범하는 것은 ‘나침반 없이 바다를 항해하는 격’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법은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일부 후보는 일종의 ‘예비 내각(섀도 캐비닛)’을 운용 중이다. 어떤 이들과 함께 국정을 수행할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꼼꼼한 인물 검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설 캠프 차원의 조직이다 보니 세를 불리는 데 집중한 경향이 있다.
제대로 된 캠프를 꾸리지 못한 후보들도 있다. 인재가 부족한 탓에 대선 준비를 위한 실무조차 빠듯하다. 예비 내각 구성은 논의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대통령 취임 이후 인수위를 설치하는 방안도 있다. 현행 인수위법은 인수위 설치 자격을 대통령 당선인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위원회는 대통령 임기 시작일 이후 30일의 범위에서 존속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삼으면 된다. 실제 지난달 30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가 인수위법의 ‘존속’ 조항을 폭넓게 해석해 차기 대통령이 인수위를 설치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합의를 보기도 했다. 법적 근거는 마련했지만 인수위 운영 기간이 짧은 탓에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불편한 동거
박근혜 정부와의 동거는 피할 수 없다. 19대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든 취임 후에야 실질적인 정부 구성 작업을 시작할 수 있어서다. 당선인으로서 인수위를 구성해 업무 인수인계를 받지도 못했기 때문에 정부 구성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 동안은 기존 박근혜 정부의 각료와 고위 공직자들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 기간이 생각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행정부 인사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한다 해도 국회의 인사청문회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가 내세운 인사들이 청문회에서 줄줄이 낙마한다면 내각 구성이 완료되기까지 길게는 2~3개월까지도 걸릴 수 있다. 새 정부가 인사 검증이 이미 완료된 엘리트 관료 출신들로 초대 내각을 구성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임시 동거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전 정부 인사들에게 국정운영의 실질적인 권한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차관의 역할을 강화해 정부부처를 이끌게 할 가능성이 높다. 차관은 국회의 인준절차가 필요 없기 때문에 새 대통령이 취임 직후 곧바로 임명할 수 있다.
◇험로 예상되는 정부조직개편안 통과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책 기조에 맞게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부 부처를 통폐합하거나 신설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문제는 어떤 당의 후보가 대통령이 됐든 나머지 야당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다당제하에서는 더 그렇다. 국회 내 교섭 단체만 4개 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다. 여소야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과거 조직개편안이 통과되는 데 걸린 것보다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데 52일이 걸렸다. 이명박 정부는 32일, 노무현 정부는 41일이 소요됐다.
정치권이나 학계에서는 여야 간의 협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와 국회의 엇박자가 계속될 경우 국정 공백의 기간만 길어질 수 있다.
/정순구·정수현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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