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는 11일 3만3,000여편의 국내 시를 수록한 애플리케이션 ‘시요일’을 출시했다. 시요일에는 창비시선에 참여한 220여명의 시인들의 시가 수록됐으며 신미나, 안희연 등 신진 시인은 물론 고은, 신경림 등 원로시인, 김사인,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 등 중진시인들의 작품까지 총망라한다. 특히 창비시선 외에도 30권에 이르는 전작시 ‘만인보’와 동시집, 청소년 시집, 김소월, 윤동주, 한용운 등 1920년대 이후 대표 시인들의 작품도 함께 수록했다. 앞으로 신동엽 시선집, 김남주 시선집 등 선집과 시전집도 순차적으로 추가할 방침이다.
창비는 앞으로 출간하는 ‘창비시선’의 시집을 시요일을 통해서도 동시 출간하고 향후 다른 출판사의 시집이나 등단시인들의 시도 수록하는 열린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학교 현장에서 문학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시 스쿨’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번 앱 개발은 최근 20~30년간 시집 판매가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시의 유통와 변형이 증가하고 있다는 문제의식과 기대의 교차 속에서 출발했다. 11일 서울 망원동 창비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신규 창비 편집전문위원은 “문학장르 가운데서도 시는 스마트기기와 SNS에 가장 최적화된 장르인데 그 만큼 시의 원문이 계속해서 훼손되고 변형되고 있기도 하다”며 “스마트기기를 시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보는 대신 이를 발판으로 짧은 독서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보고, 이를 활용하자는 역발상에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시요일이 독자와 시인, 출판사를 잇는 플랫폼으로서 향후 출판산업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박 위원은 “종이책의 80~90%가 초판에서 멈춰 초판의 오류조차 수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요일에 있는 콘텐츠는 언제든지 수정이 가능하고 오히려 독자들의 요구에 따라 절판됐던 책이나 새롭게 큐레이션된 시집이 종이책으로 출간되는 모델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페이지뷰에 기반, 시인들에게 인세를 지급한다. 앱 출시 전 시 수록에 동의한 모든 시인들에게 선인세를 지급했고 향후 구독자들의 조회 수를 기반으로 전자책 수준의 인세(약 20%)를 산정해 지급한다.
한편 창비는 이달 말까지 전 회원을 대상으로 시요일을 무료로 공개하며 다음 달부터는 요일별 시 추천 등 일부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전면 유료화한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