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기계 제조업체 존디어가 사물인터넷(IoT), 드론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종합적인 농업 컨설팅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처럼 에너지 기업들도 고객들의 수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학성 LS 사장은 11일 서울 서초구 쉐라톤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에너지 테크플러스 포럼’ 주제발표에서 에너지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제품만 만들어 팔던 관성에서 벗어나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에너지 기업들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산업이라고 생각해 개별 고객과 실시간 대응을 소홀히 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며 “하드웨어를 버리는 게 아니라 이를 중심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데이터 중심의 서비스를 제품에 녹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서울경제신문과 에너지기술평가원이 공동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4차 산업혁명의 격변기에 미래 에너지산업의 비전과 전략, 기술 트렌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청정에너지, 전력시장, 에너지신산업 기술융합 등 분야별 산학연 전문가 350여명이 참석해 에너지산업의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공유하고 중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이 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에너지 기업들은 고객 중심적 사고 전환과 더불어 빅데이터화와 인공지능(AI) 제품 개발, 새로운 플랫폼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과거보다 더 고객 중심적으로 사업 프로세스를 혁신해야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고객 관련 데이터 확보와 분석 활동이 필수적이며 이와 더불어 사람이 시켜서 동작하던 기존 제품을 알아서 동작하는 제품 형태로 신속하게 진화시켜 에너지 사용 합리화를 위한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기업들의 진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LS산전은 2015년부터 청주 공장에 ‘퓨처링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에너지를 똑똑하고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전력 기자재가 생산된다.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주는 ‘에너지매니지먼트시스템(EMS)’, 송전과정에서 전력손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유연송전시스템(FACTS) 등 전력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다양한 형태의 솔루션들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LS는 이러한 기술들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북미 등 해외 시장 진출까지 본격화하고 있다. 이 사장은 “지금의 변혁들은 지난 수년간 기술들의 융복합화와 사회의식의 변화들이 형성해온 디지털 사회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볼 수 있다”며 “디지털 사회가 에너지산업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보는 것이 대응전략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사장은 전력시장과 전력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기업 못지않게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에 누구든 애플리케이션만 제공하면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전력산업 역시 정부와 산업계가 공동의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제 발표자인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전력산업이 에너지 4.0 시대에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석유 시대에서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 경제로 전환하고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력시장에 전기차, 전력 저장, 지능형 에너지 절약 등 비전통적인 전력기술들이 새롭게 진입하고 열에너지·수소에너지·가스에너지·통신서비스 등과 융합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사업 경계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촉구했다. 박 교수는 에너지 4.0 시대를 준비하려면 “전력망과 정보통신망 하드웨어 기술 융합, AI와 빅데이터 기반의 소프트웨어 기술 진화, 송배전망의 개방형 플랫폼으로 기능 전환, 소비자가 생산자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 선택권 보장, 에너지 규제의 선진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에너지 4.0 시대에는 전력산업이 분산되고 소형화되면서 에너지 민주주의 시대가 태동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박 교수는 “영국과 네덜란드 등에서는 전기 소비자가 신재생 전기 생산자를 직접 선택하는 개인간(P2P) 전력 서비스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에너지 4.0 시대의 조기 구축을 위해 핵심 플랫폼 구축은 선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