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마법이라고 불러도 될 만하다. 불과 2~3주 만에 지지율을 2~3배 끌어올리며 문재인 대세론을 깨고 양강구도를 만들어냈다. 그가 일찍이 “이번 대선은 결국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했을 때는 그저 정치인의 큰소리로 들렸는데 현재의 여론조사 판세를 보면 이는 이미 현실이 된 듯하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나온 분석을 종합하면 안철수의 마법은 중도와 보수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당선을 저지하려는 중도·보수층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몰려들었다. 성향으로는 보수층, 연령으로는 노년층, 지역으로는 영남·충청·강원 유권자가 안 후보 쪽으로 대거 돌아섰다. 무엇보다 문 후보의 당선이 반갑지 않은 보수 유권자들이 반기문·황교안·안희정을 거쳐 안 후보에게 마음을 주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보수층이 자기 진영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안철수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향한 이 같은 지지가 더없이 반갑겠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이는 안 후보가 그토록 부르짖던 ‘새 정치’와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지난 대선, 보다 미래 지향적인 세상을 원하던 젊은이들의 열망을 담은 ‘안철수 현상’과도 거리가 멀다.
물론 안 후보 자신도 4~5년 전과는 많이 변했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지역적 한계를 나타내면서 ‘지역 할거’라는 ‘옛 정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보수 색채를 꾸준히 드러냈고 최순실 국정농단이 드러난 지난해 10월 이후의 투쟁정국에서도 말은 강하게 했을망정 몸을 던져 싸우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진보세력은 안 후보를 끊임없이 의심했고 보수세력은 안 후보에게 항상 무언가를 기대했다.
그러다 최근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한 입장을 반대에서 찬성으로 바꾸면서 안 후보는 보수층에 확신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사드 찬성은 자신이 창당했고 자신을 대선후보로 뽑아준 국민의당의 당론과 다른 것이다. 중도와 보수의 지지를 받는 새로운 안철수 현상을 일으키기 위해 전략적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전략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의 단일화다. 지지율에서 나오는 힘을 바탕으로 단일화를 성사시켜 영남에서의 우위를 굳건히 하고 여기에 김종인·정운찬·홍석현 등 원로그룹의 지지까지 이끌어내면 대통령의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안 후보가 먼저 보수층의 기대와 열망에 대답해야 한다. 중도와 보수의 새 아이콘이 될 것인지,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처럼 젊고 새로운 가치를 위해 계속 도전해나갈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고통스럽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유권자의 심판을 정직하게 받는 길이다. 더 이상 누구를 반대하는 것이 도전의 이유여서는 안 된다.
안 후보가 말한 대로 현재 정국은 ‘안철수의 시간’이다. 그러나 동시에 ‘안철수가 대답해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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