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경제신문이 코스피(KOSPI)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현재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갖고 있는 기업은 83곳에 달했다. 이 중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곳만 해도 네이버와 포스코 등 9개사다.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업체도 16개다. 지난 1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액은 105조8,000억원에 달한다. 규모는 점점 확대될 수밖에 없다.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권한과 역할이 갈수록 커진다는 얘기다.
문제는 덩치는 커졌는데 연금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11일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안은) 특정 기업 또는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금이 쓰이는 선례로 인용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채권회수율이 자율 구조조정 시 50%이고 법정관리의 일종인 프리패키지드플랜으로 가면 10%로 떨어지는데도 연금이 2,000억원어치를 들고 있는 4월 만기 회사채를 보전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라면 ‘NPS 리스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이면서 주요 기업 주주인 국민연금의 손에서 기업의 생사가 갈리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뜻이다. 헤지펀드 공격 방어나 배당 확대 요구에 따른 중장기 투자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연금은 2015년 SK와 SK C&C의 합병에 반대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이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운용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대기업의 주요 주주가 된 상황에서는 국가 경제를 고려해 무엇이 더 국민을 위하는 일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