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사진 앞줄) 장관이 12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정부가 앞으로 겨울철 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할 경우 즉각 최고수준 위기경보인 ‘심각’ 단계를 발령해 민·관·군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전국적으로 확산 우려가 있을 경우만 심각 단계가 발동됐다. 또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일시이동중지명령 발령 권한을 부여하고, 특정 시기와 지역에 사육제한 명령제를 도입하는 등 강력한 개선책을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3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I·구제역 방역 개선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역 개선대책의 핵심은 가축전염병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위기 경보 단계를 간소화한 것이다. 현재 AI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로 운영된다. 이를 농장에서 AI가 발생하는 즉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가 발령될 수 있도록 바꿨다. 심각 단계에선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꾸려지고 이동제한 조치 발동, 방역기동대 및 군 전문재난구조부대가 살처분 작업에 투입되는 등 총력 대응 체계가 가동된다. 이를 통해 24시간 내에 감염 가축을 살처분 하겠다는 게 농식품부의 복안이다.
살처분 및 이동제한 범위도 재설정했다. 현재 AI가 발생하면 발생 농장 500m나 3㎞ 내 지역의 가축을 검역본부와 지자체, 전문가가 협의한 이후 살처분 여부를 결정한다. 앞으로는 발생농장 10㎞ 이내 농장에서 예방적 살처분 또는 수매가 병행으로 이뤄진다. 위험도 평가 이후 가축 방역관의 지도·감독하에 이동할 수 있었던 500m 내 알은 폐기, 3㎞ 내 식용란은 반출이 금지된다.
지자체장이 AI 발생 농장 또는 지역에 휴업을 강제하는 사육제한을 명령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AI가 창궐하는 겨울철에 사육제한에 참여하는 육용오리·토종닭 농가에 시설 개선 등 축산정책자금을 우선 지원한다. 계열업체는 긴급경영안정자금, 또는 축산계열화사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지자체에도 관내 농가 참여 정도에 따라 업무평가에 가점을 주거나 특별교부금을 지원하는 등 지역별로 휴지기제도 확산을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또 AI나 구제역이 5년 이내 3회 발생한 농가는 축산업 허가가 취소된다. 또 앞으로 가축전염병 발생 농가는 정책자금도 후순위로 밀리거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번 대책에는 사육환경 개선책도 포함됐다. 우선 마리당 0.05㎡인 산란계 정적 사육면적 기준을 유럽연합(EU) 수준인 0.075㎡ 수준까지 넓힌다. 또 사육 시설 기준에 케이지 높이와 통로 간격에 대한 규정도 신설했다. 이를 통해 밀식사육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가금류 가축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막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또 가금·종란 이동정보관리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하여 생산단계별로 정보와 이동상황의 관리도 강화된다.
농식품부는 또 H7N9형 AI 사전 대응 체계도 구축한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H7N9형은 가금류에서는 저병원성이지만, 인체에 전염된 경우 치사율이 30% 전후로 매우 높다. 국내 전염 방지를 위해 관계부처 합동 테스크포스팀(TF)을 꾸리고 야생조류에서 H7N9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될 경우 반경 10㎞를 방역대로 설정하는 등 예찰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