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공약에 청년이 답하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청년팔이 공약은 이제 그만
3인의 청년에게 듣는 19대 대선 후보들의 청년공약

청년팔이.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정치권의 청년 마케팅에 붙여진 별명이다. ‘없는 것을 있는 듯 포장하는 게 마케팅’이라는 말처럼, 청년을 외치는 지금의 정치권에는 ‘청년’이 없다. 청년문제는 주요 의제로 부상하지 못했으며 야심 차게 등장한 청년공약에도 청년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N포세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요)‘ ’달관세대‘ 등의 단어가 그들을 대변할 뿐이다.

이번 대선에서 제시되는 청년 공약은 어떨까. 단순한 청년팔이로 그치는 것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 청년 3인이 뭉쳤다. 고강섭(35)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과 장지웅(28) 청년당당 대변인, 김영민(31)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이 19대 대선 후보들의 청년공약을 세세히 들여다봤다.

[19대 대선 청년공약검증에 나선 3인]

고강섭(35)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 연구원
장지웅(28) 청년당당 대변인
김영민(31)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공공부문에 81만개 일자리 만들겠다”

정부가 최대 고용주가 되겠다는 공약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시했다. 전체 고용 중 공공부문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7.3%)을 3% 더 끌어올려 총 8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규 경찰, 사회복지공무원 등 사회서비스 영역에서의 일자리가 주를 이룬다. 현재 수요가 시급한 일자리부터 공공 부문에서 만들겠다는 소리다.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은 긍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뤘다. 경찰이나 사회복지공무원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서의 일자리 확충은 사회적 합의가 됐다는 평가다. 다만, 일자리를 몇 개 만들겠다는 식의 수치에 대한 집착이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고: 수치에 대한 집착이 보여요. 우리나라가 5년 단임제에 선거도 2년에 한 번 꼴로 이뤄지다 보니 국민들한테 ‘어필’이 되는 수치, 양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거죠. 당장 성과를 보여줘야 하니까. 또 일자리의 다른 한 축인 민간 영역에 대한 고민도 부족해 보입니다. 공공부문이야 정부에서 조절할 수 있겠지만, 이걸 민간 일자리 창출까지 연결할 방안도 논의돼야겠죠.

장: 인원만 늘리겠다는 공약은 3년도 못 가요. 중요한 건 어떤 부분에서 늘리는 지겠죠. 실제로 인원이 더 필요한 영역,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 없는 영역의 일자리라면 더 확충할 필요가 있죠. 그런 면에서 문재인 후보의 공약은 일리가 있어요. 사회서비스 부분을 늘리겠다고 하니까. 이 부분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고, 인력난이거든요.

김: 사회적 합의는 이미 됐다고 봐요. 공공부문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 국가가 고용에 있어서 책임을 지는 것, 이 두 가지 차원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요. 중요한 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죠. 구체적으로 일자리를 늘릴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할 겁니다.

◆“청년 창업 지원하겠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규제 완화와 창업 인재 육성 교육 등을 통해 청년 창업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혁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등 창업 벤처기업을 지원해 일자리 창출과 성장을 모두 견인하겠다는 계획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테스트 마켓 도입, 창업실패자 재도전 독려, 창업 중소기업 지적 재산권 보장 등의 창업지원 정책을 내놓았다.

청년 창업 지원 공약은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안전망도 제대로 만들지 않은 채 창업만 권유하는 것이 무책임하다는 이유에서다. 청년에게 도전을 강요하는 태도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고: ‘일자리가 없으니 창업이라도 해라’ 이건 아니죠. 창업은 하고 싶은 사람이 하는 거예요. 지난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서 했던 게 딱 ‘이거라도 해라’였거든요. 창업에 대한 기본 지식도, 아이템도 미비한 상황에서 일단 시장에 진입을 하게 만들었죠.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정부가 만든 겁니다. 이게 결국 일자리를 시장에 맡기자는 건데, 적어도 일자리 문제에 관해서는 정부가 개입해야 합니다. 미국처럼 시장경제가 활발히 돌아가고 서로에 대한 신의를 바탕에 깐 경제구조가 아닌 이상 시장에만 맡겨둘 순 없어요.

장: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공약입니다.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고민이 안 보이잖아요. 창업은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과정이라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아요. 그래서 안전망이 중요하죠. 만약 사회에 실패했을 때 보호해주는 안전망이 마련돼 있다면, 청년들한테 창업하지 말라고 해도 할걸요? 그런데 지금 나오는 것들은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교육 더 하겠다는 게 대부분이잖아요. 정작 중요한 게 빠진 거예요.


김: 그런 걸 ‘꼰대’라고 부르죠. 도전도 사회 안전망이 깔린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안전망이 특히나 취약한 청년세대에게 창업해라, 도전해라? 이제는 발상 자체를 다르게 전환할 때에요. 게다가 창업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거든요. 일자리 창출이 언제 되는지 보면, 기업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가 아니라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성장을 해 나갈 때에요. 창업은 산업육성정책으로 볼 순 있어도 일자리 해법으로 접근할 건 아니죠.

◆“비정규직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는 해법은 후보마다 차이를 보이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하나의 큰 틀은 다수 후보가 공유한다. 문재인 후보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점차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상시적인 일자리에 대해선 정규직 고용 원칙을 법으로 정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공공부문에 한해 ‘직무형 정규직제’를 도입하자 한다. 유승민 후보는 업종 및 기업규모 등을 기준으로 비정규직의 고용 총량을 설정하자는 공약 등을 제시했다.

청년들의 의견은 나뉘는 모습이었다.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과 비정규직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노동환경 개선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대립했다.

고: 이 공약, 안될걸요? 비정규직에 대한 재정의부터 하고 들어가지 않으면요. 우리나라는 비정규직이란 업무형태 자체를 질 낮은 일자리로 보잖아요. 정치권이 그런 이미지를 재생산하니까. 근데 유럽사회의 경우 비정규직은 프리랜서의 개념이거든요. 오히려 대우도 더 받고. 우리도 비정규직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하고 넘어가야 해요. 비정규직은 나쁜 것이니 무작정 정규직으로 돌리자고 할 게 아니라, 비정규직이 쓰일 직종과 아닌 직종을 구분하고 처우 개선부터 하자고요.

장: 이건 의지의 문제입니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공약인데 그동안 하지 않은 거예요. 현실의 조건을 탓하면서. 일종의 대중 기만이죠. 그래서 이 부분에 관해서는 공약보단 후보를 볼 필요가 있어요. 공약은 다 비슷하거든요. 의지가 더 많이 보이는 후보가 누구인가, 노동환경의 질을 좀 더 낫게 만들어줄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가, 이걸 봐야죠.

김: 알맹이가 없는 거죠. 단순히 비정규직 몇 개를 정규직으로 돌리겠다는 공약은요. 고용 형태보다는 청년들이 일터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 지가 더 결정적인 문제거든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일터 자체에 문제가 있으면 청년들은 어쨌든 고통 받으니까요. 정규직 일자리 개수가 아니라 청년들이 처한 노동 환경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단순히 총량을 정하고 수치화해서 보여주겠다는 공약들의 부작용을 이미 사람들은 충분히 느꼈을 거예요.

◆“청년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해 소득을 보장하겠다”

청년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해 청년들의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이다. 미취업 청년에게 월 30만원을 제공하는 문재인 후보의 청년수당. 대상과 지원 금액은 같지만 그 기간을 6개월로 제한한 안철수 후보의 훈련 수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청년들에게 배당금 1,0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사회상속제까지. 무조건 지급하느냐, 조건부 지급이냐를 두고 후보들의 공약은 갈린다.

많은 후보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공약인만큼 그 취지나 중요성에 대부분 동의했다. 중요한 것은 정책을 추진하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지였다. 서울시와 성남시에서 이미 성공한 정책인 만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세우고 적용 대상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고: 사회적 합의는 이미 됐다고 봐요. 서울시와 성남시에서 청년수당, 청년배당 진행했을 때 만족률이 높게 나왔고, 문제제기 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거든요. 지원 방식은 선택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훨씬 효능감이 있겠죠. 재원문제가 있다 보니. 파이를 쪼개면 또 의미가 없어지거든요.

장: 사회적 합의가 됐다는 건 결과론적인 접근이죠. ‘청년들에 대한 소득 보장이 필요하다’에는 합의가 됐지만, 소득보장과 동시에 다른 복지도 제공해줄지에 대해선 논의가 더 필요해요. 구체적인 실현 방안에 대해서도요. 주의할 게, 소득보장 하겠다고 거두어들인 세금을 소득보장에 쓰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이걸 방지할 제도도 같이 마련돼야죠. 이를테면 세금 중 특정 금액을 청년수당 혹은 배당을 위한 목적세로 두는 것처럼.

김: 일하지 않고 일 할 의지도 없는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문제에 집중해서 접근해야 해요. 수면 위로 떠오르는 니트 청년의 소득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지금 정치권은 ‘니트는 존재하면 안 된다’고 보고 이걸 수치상 없앨 방법만 고민하잖아요. 니트족은 생겨날 수밖에 없는데 말이죠. 지금 필요한 건 니트를 없앨 방안이 아니라 니트 청년에 대한 세심한 정책적 접근이에요.

“일상과 밀접한 공약”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고민” “공약을 실현할 후보의 의지”

“청년공약을 볼 때 유념할 점이 있느냐”는 물음에 3인의 청년이 내린 저마다의 답이다. 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 ‘내 삶을 바꿀 공약은 무엇인가’라는 하나의 고민에서 출발했다. 청년으로 포장한 빛 좋은 공약들 속에서 정치 퍼포먼스와 알짜배기 공약을 가려내기 위해 같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