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제로레이팅 허용' 시각차

●부정적인 문재인
"망중립성 훼손 가능성에
이통사 지배력 더욱 강화"
●찬성하는 안철수
"소비자 편익 크게 늘어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

‘누구를 위한 제로레이팅인가?’

대선 판세를 양분 중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제로레이팅에 대해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정보통신업계(ICT)가 벌집 쑤셔 놓은 듯 시끄럽다. 제로레이팅은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사와 제휴해 이용자 대신 데이터 요금을 부담하는 서비스로 통신사나 대형 업체는 선호하지만 스타트업이나 다수의 콘텐츠 업체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 후보 측은 제로레이팅 허용에 대해 부정적인 반면 안 후보 측은 시장 자율을 앞세워 제로레이팅을 활성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 측의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제로레이팅이 좋은 점도 많지만 자칫 잘못하면 망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재정이 넉넉한 콘텐츠 업체는 데이터 이용료를 본인이 부담하면 되지만 재정이 어려운 업체는 그렇지 못해 하나의 진입 장벽이 생길 수 있고 이용자 차별로도 이어진다”고 밝혔다. 특히 이통 3사 모두 콘텐츠 관련 자회사를 보유한 만큼 이들 자회사 서비스 이용자에게 제로레이팅을 제공할 경우 이통사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안 후보 측은 ‘제로레이팅이 소비자의 편익을 늘려준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망중립성은 고수하되 제로레이팅은 시장 자율에 맡길 것”이라며 “제로레이팅이 활성화 되면 다양한 마케팅 및 서비스가 가능해져 소비자들에게도 크게 이익이 된다”고 밝혔다. 안 후보측은 제로레이팅 활성화가 네트워크 투자 확대 등으로 이어져 ICT 인프라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통사들은 안 후보 측의 ‘제로레이팅 활성화’에 환호한다. 이통사 매출이 수년 째 정체된 상황에서 콘텐츠 사업자에게 별도의 요금을 징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박정호 SK텔레콤(017670) 사장은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돈은 통신사가 투자하고 과실은 콘텐츠 제공업체가 가져간다는 불만이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회의에서 자주 나왔다”며 통신사업자들의 불편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반해 스타트업과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반발한다. 이통사와 제휴 가능한 대형 사업자 외에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이유다. 제로레이팅을 통한 통신비 부담이 결국 콘텐츠 가격에 포함돼 전체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 출신인 안 후보가 제로레이팅을 지지한다는 점은 답답하다”며 “제로레이팅은 콘텐츠 사업자의 이통사 종속 현상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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