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의 꽃말은 ‘청첩장’?

대학 시절,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 알고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였지만 매번 벚꽃시즌마다 밀려드는 과제와 시험에 허덕이다 결국 꽃구경 갈 짬을 내지 못했다. 잔인하지만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말은 정답이었다.

서른 즈음인 지금 벚꽃의 꽃말은 ‘청첩장’이 됐다. 4월이면 유독 청첩장이 밀려들고 페이스북 타임라인에는 웨딩 사진들이 마구 올라오기 시작한다. “주말에 꽃구경하는 김에 결혼식 들러줘~”라고 말하는 친구의 말이 괜시리 아픈 이유는 뭘까. 같이 꽃구경 갈 사람이 없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한 채 다시 한 번 결혼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

잔인한 벚꽃 시즌, 웨딩 시즌을 맞아 문득 결혼한 새댁들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깨소금이 쏟아지는 알콩달콩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혹시나.. 결혼 후 더 외롭지 않을까?ㅎㅎ 결혼 1년차, 6개월차 새댁과 곧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를 만나 결혼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결혼 준비부터 조금씩 보이는 너와 나의 차이

매일이프로포즈(이하 매프로·예비신부) : 내가 드디어 청첩장 돌리는 날이 오는구나ㅠ 어떻게 결혼식까지 골인했는지 새삼 대단해 보인다. 물론 매일매일 프로포즈 받는 기분이고 설레긴 해ㅋㅋ 날 정말 사랑해주는 게 보이는 예비신랑을 보면 행복한데 결혼 준비하면서 기분 상했던 적이 꽤 많아.

결혼해도인생은솔플(이하 결솔플·결혼6개월차) : ㅎㅎ맞아... 은근히 신경 쓸 것, 조율할 것도 많고. 예비신랑이랑 합의한 부분이라도 양가 부모님이 원하시는 내용이면 얘기가 또 달라지잖아. 부모님이 원하시면 추가해야 하고 한쪽 입장만 들을 수도 없고.. 다시 결혼 준비하라고 하면 난 못할 거 같아. 결혼 준비하면서 표정관리 안 된 적이 너무 많은 것 같다 ㅎㅎㅎ

결혼은사인곡선이다(이하 결사인·결혼1년차) : 나도야. 그래도 지금은 결혼식에 대한 좋은 기억만 남아있긴 한데 결혼 준비할 때부터 조금씩 느낀다고 해야 할까, 이 사람과 나는 정말 다른 환경에서 30년 가까이 산 사람이었지 하는 생각...? 대부분 남자들이 예비신부가 원하는 대로 맞춰준다고는 하지만 남자들도 절대 포기 못하는 몇 가지들이 있잖아. 그런 부분에서 갈등이 생기면 너무 힘들어.

결혼 준비하면서 몇 번씩 짓게 된다는 당황스럽고도 놀라운 표정. ‘이 남자가 원래 이랬던가?’

매프로 : 응 그러니까. 나도 예비 신랑 쪽에서 무조건 폐백은 해야 한다고 해서 엄청 다퉜어. 솔직히 폐백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거든. 추가비용도 내야하고 한복도 대여해야하고.. 싫었지만 그쪽에서 그래도 원하시니까 어쩔 수 없이 하기로 했어. 인생에 딱 한 번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더 예민해지는 거 같기도 하고 힘든 거 같아. ㅠㅠ

#결혼해도 인생은 혼자?

결혼할 상대를 만나는 것도, 결혼하기로 결심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준비 과정도 쉽지 않다니 아찔하다. 그래도 결혼하면 대체로 행복하지 않을까?

결사인 : 아직 1년밖에 안됐지만 내가 느낀 결혼 생활은 사인 곡선을 그리는 거 같아. 확 좋을 때도 있고 확 나쁠 때도 있고 그게 계속 반복되는 거지. 좋을 때는 정말 좋아. 이 남자랑 결혼하기 참 잘했다 싶어서 행복해. 안정감도 들고. 근데 싫을 때는 정말 싫어. 꼴도 보기 싫어서 저번에는 방으로 들어가 버리라 그랬어ㅎㅎ 수건 좀 제대로 놔라, 치약 좀 제대로 짜라 하는 잔소리 들을 때마다 정말 짜증나지.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순간이 있잖아. 그럴 때는 남편이 있어도 도움이 안 되는거 같아.

결혼 생활은 무한반복되는 사인그래프

결솔플 : 동감해. 항상 좋을 수는 없어. 그래도 우리 부부는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아서 평일에 서로 볼 수 있는 시간이 짧아. 그러다보니 덜 싸우게 되는 거 같달까.. 가끔 서로가 하숙생인 느낌? ㅎㅎ 그러다보니 결혼해도 ‘따로 또 같이’가 잘 되는 거 같아. 각자 저녁에 야근하거나 약속 있는 날이면 각자 혼자 근처에서 대충 저녁을 먹고 들어가는 경우도 많고. 나도 맞벌이하는데 내가 더 빨리 가서 항상 남편 저녁을 차려줘야 하는 건 아니잖아? 지난번에 결혼하고 처음으로 남편이랑 같이 일본 여행을 갔는데 남편 휴가보다 내 휴가가 길어서 내가 하루 혼자 있다가 왔어. 진짜 좋더라. 결혼을 해도 항상 같이하기보다는 가끔 솔로플레이 하면 서로가 편한 거 같아ㅋ

결사인 : 부럽다.. 남편이 내가 혼자 여행 가겠다고 하면 안 보내주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대부분 같이하려고 하는 거 같아. 장보러 갈 때도 같이 가고, 집들이할 때 친구들도 같이 보고, 주말에 산책도 같이 하고... 대부분 같이 있으니까 좋은 일도 많은 동시에 싸우는 일도 많은 느낌? 그러다보니 서로 막말도 하게 돼. 저번에는 “다음 생에는 우리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자” 이랬다니까 ㅋㅋ 뼈가 있는 농담이랄까ㅋ

매프로 : 나는 어떤 결혼 생활을 할지 궁금해지네... 지금까지는 좋은 점이 훨씬 더 많을 거 같아. 아무래도 그러니까 결혼을 결심하게 된 거겠지?... 퇴근하고 들어왔는데 남편이 촛불 켜놓고 서프라이즈로 파스타랑 스테이크 해놓는 로망이 있는데ㅎㅎ 나 이러다가 결혼하고 맨날 울고 짜증내고 그러는 거 아니니

결사인 : ㅎㅎㅎㅎㅎ남편의 서프라이즈는 기대도 하지 않는 게 좋을거야

결솔플 : 왜 남자들이 결혼하면 드는 생각이 ‘여자친구가 집에 있으니까 좋네. 어 근데 왜 집에 계속 안가지???’라잖아. 여자들도 똑같다니까. 가끔 좀 집에 갔으면 좋겠어ㅋㅋ

#다시 결혼 전으로 되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까

결혼하면 행복할 거 같기도 하고 아닐 거 같기도 하고.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 인 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결혼 생활이 어떠냐는 질문보다 좀 더 강력한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다시 결혼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그녀들은 같은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매프로 : 난 아직 결혼도 하기 전이라 잘은 모르겠는데... 그래도 난 아직까지는 후회 안 해. 결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이 투닥거리긴 하는데 완전히 이 사람이랑 헤어져야겠다는 계기는 없었어. 결혼하고 나서는 많이 다르려나?



결사인 : 어렵다... 결혼한 것 자체는 후회 안 하는데 가끔 그런 생각은 해. 결혼을 조금 더 늦게 할 걸 그랬나 하는?ㅎㅎ 결혼 생활이 이런 거라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좀 더 싱글을 즐기다가 결혼했을 것도 같고, 혼자 좀 살아봤으면 어땠을까 싶어. 평생 이 사람이랑 산다는 안정감도 있지만 동시에 몰려오는 아쉬움 같은 것도 있잖아...

결솔플 : 다들 나보고 결혼해도 자유로워 보인다고 하는데 불편한 면도 많아. 명절에 시어머님 일 도와드리는 거, 아직 한 번밖에 안 해봤지만 왜 이렇게 힘든걸까? 앞으로 이걸 평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갑갑하긴 해. 수많은 가족행사와 챙겨야 할 기념일들이 너무 많아질 때면 싱글이 부럽다. 시어머니라는 또 다른 의미의 상사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ㅋ 그래도 지금 남편이랑 헤어질 바에는 결혼했을 거 같아.

결사인 : 서경아, 너는 싱글을 좀 더 즐겨!! 실컷 즐기다가 결혼해. 내 몫까지 신나게 놀아줘

결솔플 : 맞아ㅋㅋ 너가 부러울 때가 훨씬 더 많다ㅠㅠ

결혼 전으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지금 남편과 결혼하지 않을 거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랬다.. 그들은 아직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었다. 하지만 왜 결혼한 사람들은 헤어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면서 아직 미혼인 이들에게는 왜 결혼을 꼭 늦게 하라고 하는 것인가 ㅋ

청첩장과 함께 쓸쓸히 벚꽃을 맞았다. 나도 그녀들의 이런 수다에 활발히 낄 수 있는 날을 기약하며... /결혼은알수없는 기자 sednew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