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삼성카드(029780) 등 최소 50여곳 이상의 기업들이 감사법인을 딜로이트안진에서 다른 회계법인으로 바꿨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5일 대우조선해양(042660)의 분식회계를 이유로 딜로이트안진의 ‘12개월 신규감사 업무정지’ 징계를 확정 의결한 데 따른 결과다. 금융위는 3월까지 신규 감사계약을 체결했던 기업에소급적으로 적용해 회계법인 교체를 요구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딜로이트안진이 감사를 하고 있는 법인은 개별재무제표 기준 총 1,068곳이다. 이 중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은 121곳, 코스닥시장 상장법인은 102곳이다. 이들 중 50여곳 이상의 대형기업이 딜로이트 안진을 떠났다.
현대카드·삼성카드·흥국생명보험·삼성엔지니어링(028050)·두산밥캣 등 기업 20곳은 삼일PwC로 감사인을 교체했다. 엔씨소프트·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자산운용·삼성바이오로직스·인터파크홀딩스 등은 삼정KPMG를 선택했다. LS네트웍스(000680)·일진전기·포스코건설·유니드(014830)·두산엔진(082740) 등은 EY한영으로, 엠케이전자·세종공업·남선알미늄(008350)은 로컬회계법인으로 감사계약을 체결했다. 간판급 고객인 현대차는 딜로이트안진과 제휴관계를 유지한 반면 기아차는 EY한영회계법인으로 외부감사인을 바꿨다.
대규모의 고객 이탈이 이어짐에 따라 회계 업계는 딜로이트안진이 이번 징계로 받을 손해를 3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장사에 대한 올해 신규감사 정지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 액수와 평판 손실을 합해서다. 딜로이트안진의 한 해 평균 감사수익은 1,050억원 수준. 이중 절반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원래대로라면 4월 초에 감사 계약에 따른 계약금이 들어올 때지만 안진은 신규 계약이 없어 200억원가량의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딜로이트 글로벌 법인에서는 220억원가량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 등 대기업 계열 감사 수수료는 10억원 수준으로 고객들의 대규모 이탈이 이어진 만큼 다른 회계법인들이 반사효과를 얻고 있다”며 “4월 말 인센티브 지급이 완료되면 인력들의 추가 이탈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