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상에 위치한 유럽의 작은 섬나라 키프로스가 주목할 만한 투자처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구 114만 명에 불과한 키프로스가 견고한 성장률을 바탕으로 국채 투자자들에게 꾸준한 이익을 돌려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가운데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키프로스는 지난 2013년 3월 금융위기에 봉착하며 유럽연합(EU)으로부터 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지난 2008년 유로화를 도입하고 금융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고수익·고위험 채권에 대거 투자한 결과였다. 특히 이웃한 그리스의 채권을 대거 사들였던 키프로스는 그리스가 재정위기에 빠지자 연쇄적으로 위기와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이후 민간소비와 투자부문이 살아나고 관광수입이 늘어나면서 키프로스는 견조한 성장세를 회복하기 시작, 지난해 3월 정확히 3년 만에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졸업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한 이후 줄줄이 구제금융을 받았던 아일랜드와 스페인, 포르투갈에 이어 4번째로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에 힘입어 현재 키프로스의 자금조달 비용은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키프로스가 지난 2015년 말 발행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구제금융에서 졸업한 지난해 4%대의 고점을 찍었다가 현재 3.2%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키프로스의 국채시장은 200억유로 규모로 시장 크기 자체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작은 편이지만 수익률은 매우 짭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FT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0월 키프로스의 10년 만기 국채를 산 투자자는 지금까지 12%의 누적 수익률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유로존 내 10년 만기 국채의 평균 수익률인 2%의 약 6배에 달하는 수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로존 국가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영국 1.047% △프랑스 0.920% △독일 0.193% △이탈리아 2.280% △스페인 1.642% △포르투갈 3.819% 등이다. 포르투갈의 수익률이 키프로스보다 높지만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은 않은 만큼 이는 위험 신호라는 지적이 많다. 반면 키프로스는 양호한 성장세로 위기권에서 벗어난 유로존 대형국들과 비교해도 상대적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키프로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1.7%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8%로 무려 1.1%포인트가 뛰었다. 경제전망업체인 포커스이코노믹스가 시장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키프로스는 올해도 2.6%의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로뱅크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키프로스 경제는 견고한 턴 어라운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가 회복 궤도로 올라서면서 국제신용평가사도 키프로스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국제신용평가사인 S&P는 키프로스 경제가 “점진적인 회복을 보이고 있다”며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한 단계 높였다.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아직은 투자부적격에 해당하는 ‘정크 등급’이지만 정부가 구조개혁에 집중하고 부실여신 감축에 성공할 경우 무디스와 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상향도 기대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유로존에서 구제금융기금을 총괄하고 있는 클라우스 레글링은 “국제금융시장은 키프로스 경제의 도약을 주목하고 있다”며 “그동안 키프로스의 국채 수익률은 다른 나라보다 저평가를 받아왔고 최근 몇 달간 독일 국채(분트)와의 금리 스프레드도 다른 나라보다 훨씬 좁혀졌다”고 평가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