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5~16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일이 대통령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문 후보는 42.6%의 지지율로 안 후보(35.6%)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나흘 전인 11~12일 같은 여론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가 JTBC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38.3%의 지지율로 문 후보(38.0%)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나흘 전만 해도 불과 0.3%포인트 차이의 살얼음판 승부를 이어가던 두 후보의 격차가 나흘 만에 7%포인트로 벌어진 셈이다. 한국갤럽이 11~1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인 ‘문재인(40%)·안철수(37%)’와 비교해도 눈에 띄게 격차가 벌어졌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초접전 양상을 지속하던 ‘문재인·안철수’의 양강 구도에 균열을 만든 것은 여성 유권자들이었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여성 응답자는 46.2%로 같은 기관의 지난 12일 조사 결과(38.9%)보다 무려 7.3%포인트나 급등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안 후보를 지지하는 여성 유권자는 35.1%에서 33.2%로 2%포인트 가까이 줄어들었다. 나흘 전 3.8%포인트에 불과했던 두 후보 간 여성 지지율 격차가 13%포인트로 크게 벌어진 것이다.
여성 유권자들이 갑자기 ‘문재인’ 지지로 대거 돌아선 것은 최근 안 후보의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 자제’ 발언이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는 11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주최한 사립유치원 유아교육자대회에 참석해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고 사립유치원의 독립 운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의 발언이 ‘병설 유치원 신설 자제’로 잘못 보도되자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젊은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안 후보 측은 “병설이 아닌 대형 단설”이라고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공립 유치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병설이든 단설이든 늘려도 모자를 판에 오히려 신설을 자제하겠다는 안 후보의 해명성 발언이 성난 엄마들의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난 13일 열린 첫 대선후보 TV 토론을 비롯해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의 특혜 임용 의혹과 보좌관 사적 이용 논란 등 잇따라 터진 악재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연령별로는 문 후보가 20~40대의 지지를 얻고 안 후보가 50대 이상에서 우위를 확보하면서 세대 간 대결구도가 더욱 굳어지는 모습이다. 문 후보는 19~29세(56.1%)·30~39세(59.3%)·40~49세(54.6%) 등 20~40대에서 50%가 넘는 지지율을 확보했다. 반면 안 후보는 50~59세(43.5%)·60세 이상(50.7%) 등 5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문 후보를 앞섰다.
지역별로는 문 후보가 서울(41.9%)과 인천·경기(47.2%) 등 수도권과 광주·전라(54.3%)지역에서 우위를 이어갔다. 안 후보는 대구경북(40.4%)과 강원·제주(44.6%)지역에서 승기를 잡았다. 다만 대전·충청의 경우 문 후보(41.1%)와 안 후보(38.6%)가 초접전을 벌이고 있고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문 후보(36.8%)와 안 후보(33.7%)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있어 이 두 지역의 표심이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지정당별 조사에서는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36.1%와 바른정당 지지층의 43.1%가 안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바른정당 지지층의 경우 안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자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25.0%)보다 높았다. 보수 진영의 대선후보가 좀처럼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안철수 후보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는 지난 15~16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이번 조사는 2017년 3월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