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해 뇌물공여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이번 주부터 매주 3차례 강행군에 나서면서 사실상 ‘2라운드’에 돌입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한 몇 가지 사실관계를 두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의 공방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이재용, ‘최순실-박근혜’ 관계 언제 알았나
이 부회장이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를 알고 있었는지는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최씨를 알고 있었고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기 위해 최씨 측에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다. 특검은 2015년 이전 최씨 남편 정윤회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담은 문건이 청와대에서 유출된 사태를 계기로 삼성도 최씨 일가를 알게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은 이후인 2015년 7월 말이 돼서야 박상진 전 대외협력담당 사장 등 임원들이 최씨 존재를 알게 됐으며 이 부회장은 이듬해 8월까지 이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 박근혜-이재용 3차례 독대, 무슨 말 오갔나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지원을 요구했다고 본다. 특검이 작성한 공소장에는 박 전 대통령이 첫 번째 면담인 2014년 9월 15일 이 부회장에게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삼성그룹에서 맡아 주고, 승마 유망주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좋은 말도 사주는 등 적극 지원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듬해 7월 25일 두 번째 면담에서는 “현행 법령상 정부가 도와줄 부분은 제한적이지만 기업을 향한 이해도가 높은 현 정부 임기 동안 경영권 승계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고 돼 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이 같은 주장을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라며 반박한다. 독대에서 오간 이야기는 당사자 두 명만 알 수 있는데,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이 부회장은 대화 내용을 부인했다. 그렇다면 특검은 어떤 사실을 근거로 공소장 혐의 사실을 기재했느냐는 지적이다.
◇ 이재용, 정유라 승마 지원 알았나…단독·우회 지원했나
이 부회장이 정씨의 승마훈련을 지원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지원 주체가 누구인지 등도 주된 쟁점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아닌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승마훈련 지원과 관련한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했다고 주장한다. 최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사장) 모두 일상적인 의사결정 과정인 만큼 이 부회장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반면 특검은 2015년 7월 독대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의 부탁을 받은 이 부회장이 최씨의 존재를 알고 정씨의 승마훈련을 지원하도록 직접 지시했다고 본다. 특검은 첫 공판에서 “이번 수사의 대상은 삼성그룹이 아니라 사실상 총수인 이 부회장 및 그와 유착해 부패 범죄를 저지른 최씨, 박 전 대통령”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밖에 삼성이 사실상 정유라 1명만 지원했다는 특검 주장에 삼성 측은 원래 여러 명을 지원하려고 했으나 최순실의 요구로 추가 선수 지원을 못 했다는 입장이다. 또 프리미엄급 말인 비타나를 같은 급 블라디미르로 교체하는 등 ‘우회 지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시도했다는 특검 주장에 삼성은 작년 8월 정씨의 승마코치에게 비타나 등 말 3마리를 판매해 그 이후 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으며 최순실의 일방적인 행위라고 반박했다.
/박신영인턴기자 s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