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고향세를 도입해 지역 세수증대의 성과를 내고 있다. 기부금을 내는 출향민에게 일부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일종의 ‘고향 기부제’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재원을 확충하고 출향민은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지역특산품까지 덤으로 제공하다 보니 누가 봐도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답례품도 처음에는 과일이나 야채 등 지역 농산물에 머물렀지만 경쟁이 붙는 바람에 최근에는 PC나 휴대폰에 이어 거액의 상품권까지 등장했다. 정부 차원에서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을 자제하라며 답례품 규모가 기부액의 30%를 넘지 않도록 요청하고 나섰을 정도다.
우리나라도 지자체마다 출향민들을 상대로 지역 특산품 구매운동이나 고향에서 휴가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는 등 다양한 유인책을 펼치고 있다. 지역별 도민회가 앞장서 고향의 불우이웃을 돕거나 어린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일부 재력가의 후원금에 의존하거나 반짝 행사에 머물러 지역 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최근 일부 대선주자들이 선거공약으로 고향세를 들고 나왔다는 소식이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자체들은 일찍이 고향세 성격의 기부제도 도입을 촉구해왔고 관련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하지만 고향세가 조세원칙을 무너뜨리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고향세가 도시와 지방의 세수격차를 줄이는 데 역부족이라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세제 개혁도 검토해봐야 할 듯하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