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가까이 ‘우결’은 MBC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편의 칼날을 피할 수는 없었다. 봄 시즌을 맞아 기존 프로그램에 대한 리뉴얼을 진행하는 중 재정비가 불가피했다. 실제로 근래 ‘우결’ 시청률은 3~5%에 머무르는 등 부진을 거듭해왔다. MBC 내에서 파일럿 프로그램 전담 부서가 신설된 것도 하나의 이유다.
/사진=MBC ‘우리 결혼했어요’
그렇다면 ‘우결’ 시즌4 종영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투입된 지 얼마 안 된 최민용-장도연 커플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것 외에는 대부분 ‘그만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다. 한 때 시청률 20%에 육박하며 남부럽지 않았던 인기를 누렸던 ‘우결’이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우결’은 달콤살벌한 가상결혼생활 체험기를 담는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연예인들의 결혼 후 모습을 미리 상상해볼 수 있다는 것과 접점 없는 이들의 만남 및 그 안에서 나오는 색다른 케미 등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기본적으로 연예인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많은 상태에서, 결혼이라는 그들의 사적인 영역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초기에는 매력적인 아이템이었다.
한계는 곧 드러났다. ‘우결’이 방송되는 동안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진정성의 부재였다. 연예인들의 진실한 관계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잘 짜인 각본이었다. 지난 10년간 ‘우결’을 통해 성사된 실제 커플은 전진-이시영 외에 전무하다. 오히려 둘 중 하나의 열애설과 결혼설 등으로 반갑지 않은 결말을 맺은 커플이 더 많았다. 이준-오연서 커플은 오연서가 이장우와 열애설이 나면서, 홍종현-유라 커플은 홍종현이 나나와 열애설이 나면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정형돈-태연 커플은 여기에 남다른 한 획까지 그었다. 정형돈이 방송작가 한유라와 결혼한다는 사실을 태연은 기사로 접했다.
시청자들은 작위적인 상황 설정에 호의적이지 않다. ‘우결’은 연예인들의 진솔한 매력을 보여주기 보다는 결혼생활이라는 가상의 관계에 묶여 연출된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결혼은 서로의 의사보다는 제작진의 선택으로 이뤄졌고, 신혼집 또한 제작진에 의해 섭외됐다. 타의에 이해 며칠 만에 만들어진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과연 진정한 설렘으로 이루어졌을까 하는 의구심을 남겼다.
포맷의 한계도 존재했다. 출연진들은 대부분 ‘모르는 상대와 첫 만남’, ‘어색함을 깨고 친해지는 과정’, ‘본격적 신혼생활’의 과정을 따랐다. 여기에 JTBC ‘님과 함께’, tvN ‘내 귀에 캔디’ MBC ‘발칙한 동거’ 등 굳이 ‘우결’이 아니더라도 연예인들의 관계를 관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너무나도 많이 생겼다. ‘우결’만이 가진 장점과 정체성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현 트렌드를 따르지 못했다는 분석도 더했다. 사람들이 현실에서도 결혼을 안 하는데 과연 ‘우리 결혼했어요’가 공감을 줄 수 있냐는 의견이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MBC는 ‘우결’ 이후에 싱글 라이프를 응원하는 ‘나 혼자 산다’를 선보였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나 혼자 산다’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사회상을 반영해 호응을 얻었다. 최근 ‘우결’의 시청률은 3.4%, ‘나 혼자 산다’의 시청률은 7.4%로 두 배 넘게 차이 난다. ‘나 혼자 산다’가 ‘우결’과의 비교에서 우위를 얻는 점은 또 있다. 실제로 연예인이 사는 집을 보여줌으로써 사적인 영역을 완전히 오픈했다.
그럼에도 MBC는 ‘우결’을 쉽게 버릴 수 없었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쌓인 ‘우결’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힘이 있다. 많은 대중들이 ‘우결’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것, 즉 인지도와 새 커플이 합류할 때마다 한 번씩은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 화제성이 아직 존재한다. 지금은 외교적인 문제로 주춤한 상태지만, 중화권에서 반응 좋은 프로그램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MBC가 선택한 것이 시즌제다. 폐지는 아니되 잠시 멈추고,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MBC의 시즌제가 제대로 자리 잡았는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새 시즌 복귀를 선언하며 떠난 프로그램들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나는 가수다’ 등은 재정비 후에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출연진만 교체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마저도 현재는 별다른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시즌 종영 후 행보가 불투명하다면 시청자들은 잠정적 폐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10년을 이어온 ‘우결’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쇄신을 꾀하지 못하면 외면당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진리다. 연예계나 방송계처럼 셀 수 없을 콘텐츠들이 매일 새롭게 떠오르는 곳에서, 제자리걸음은 그 자리에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라 도태됨을 뜻한다. 새로운 것은 영원하지 않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방송이 아니라 먼저 진심과 진실을 보여주는 방송에 대중들의 화답이 따를 것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