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 말하지 않겠다"...對北카드 숨기는 트럼프

한·일·중과 연대 한다면서도
"북핵 해법 차질 땐 단호행동"
대북·대중 동시에 압박 나서

미국 백악관이 대북 조치와 관련해 “레드라인은 없다”며 구체적인 대북 카드를 미리 내보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를 순방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8일 두 번째 방문국인 일본에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국·일본·중국 3국과 연대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의 협력하에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전략이 차질을 빚을 경우 시리아 공습과 같은 선제타격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대북·대중 압박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에 있어 군사조치를 부르게 될, 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뜻하는 ‘레드라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과거 대통령들이 시리아에 레드라인을 설정했지만 잘 작동하지 않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카드를 조끼에 숨기고 있으며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떠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모래밭에 어떤 레드라인을 긋지 않고 시리아 공습처럼 적절할 때 단호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스파이서 대변인은 선제타격 옵션 질문에 대해 “어떤 것을 넣고 어떤 것을 빼는 것은 우리의 옵션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밝혀 대북 군사조치를 결정할 경우 시리아 폭격 때처럼 ‘선 조치 후 의회 통보’가 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과 관련한 물음에 “내가 뭘 할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달하길 원치 않는다”며 구체적인 대북 카드를 숨기고 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등 민주당 정권이 “북한에 압도당했다”고 비판하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나는 내 조치들을 알리지 않는다”고 거듭 다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잘 해결되고 평화가 찾아오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일정을 마치고 18일 일본 도쿄에 도착한 펜스 부통령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한국·일본 등 역내 모든 동맹국들은 물론 중국과 긴밀히 연대할 의향을 갖고 있다”면서도 “미국은 평화를 희망하지만 평화는 힘으로 달성된다”며 대북제재를 위해 군사조치를 포함한 모든 옵션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아베 총리도 “외교적·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대화를 위한 대화가 돼서는 안 된다”며 “북한이 대화에 응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실패했지만 탄도미사일 발사로 유엔 결의안을 위반한 북한에 대해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그는 시리아와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을 설명하면서 “대북제재는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무역 측면의 제재가 강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뉴욕=손철특파원 박홍용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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