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 만들고 반복적 실험 통해 지식 습득
작은 규모로 짧은 기간내 추진하는게 바람직
◇빅데이터 프로젝트는 IT 프로젝트가 아닌 ‘실험’이다=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도널드 마천드 교수와 영국 크랜필드대의 조 페퍼드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많은 기업이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장 큰 이유는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마치 IT 프로젝트처럼 수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IT 프로젝트의 경우 결과물이 사전에 명확히 정의돼 있고 시스템에서 구현할 요구사항이 정해져 있어 수행해야 할 활동들이 비교적 명확하다. 하지만 이와 달리 빅데이터 프로젝트는 훨씬 덜 구조화돼 있고 프로세스도 유동적이다. 따라서 두 교수는 빅데이터 프로젝트의 경우 규모를 작게 하고 진행기간도 짧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또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IT 프로젝트가 아닌 ‘실험’처럼 수행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다시 말해 데이터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을 정의하고, 이를 기초로 가설을 만들고,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으로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문화 변화 전제돼야
데이터 기반 주요 의사결정 수행
실패 용납되는 분위기부터 조성을
◇빅데이터 프로젝트는 ‘학습’이다=빅데이터 프로젝트를 일회적 프로젝트로 수행한다면 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빅데이터 프로젝트는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조직의 ‘학습’ 과정으로 이해돼야 한다. 외부의 전문 팀이 방문해 밥을 한 번 떠먹여주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밥을 먹는 방법(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가치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프로젝트로 생각해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의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감이나 직관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문화,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고 실패가 용납되는 문화, 즉 실험이 허용되는 문화가 우선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일회성 프로젝트가 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은 곧 빅데이터 분석 프로세스를 ‘내재화’하고 조직의 기존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정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프로젝트 결과가 내재화할 때 빅데이터 프로젝트의 성과는 증폭될 수 있다. 반면 빅데이터 프로젝트가 일회적인 것으로 진행될 때는 이를 통해 또 하나의 사일로를 만들게 될 우려가 있다. 이것이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전사적 빅데이터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맥킨지컨설팅에서는 빅데이터 전략을 수립할 때 현업 직원들의 참여와 역량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한다. 현업 직원들이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하고 난해한 모형을 만들어준다면 비록 성능이 좋더라도 이 모형은 지속적으로 활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의 빅데이터 준비도와 조직 구성원들의 수용 수준을 고려해 속도·비용의 균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기회’에서 프로젝트를 찾아라=빅데이터 프로젝트가 분석을 위한, 기술 검증을 위한 프로젝트가 된다면 도리어 장기적으로 빅데이터 사업들을 추진하는 동력을 상실하게 만들 수도 있다. 프로젝트의 출발은 항상 비즈니스 문제 또는 비즈니스 기회가 돼야 한다. 기업이 현재 가지고 있거나 획득 가능한 데이터로 해결할 수 있는, 그리고 조직의 입장에서 해결하는 것이 꼭 필요한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빅데이터 프로젝트로 해결하고 이를 통해 빅데이터 프로젝트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실제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성공 경험은 또 다른 새로운 빅데이터 프로젝트로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빅데이터 시대, AI 시대가 눈앞에 도래함에 따라 기업들은 더 이상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미룰 수 없다. 혁명의 순간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은 결국 도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피동적으로 따라가기보다 능동적으로 시작을 해보자. 지금이 바로 빅데이터로, AI로 풀어가야 할 우리 조직의 첫 번째 문제를 찾아볼 때다. 김종우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