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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펜스 부통령이 “한미 FTA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직후 기자와 만나 그가 사용한 용어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통상은 외교인 만큼 사용하는 용어 하나가 함축하는 의미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펜스 부통령이 이날 사용한 용어는 개선(reform)이다. 개정(amendment)이나 재협상(renegotiation)이 아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FTA에서 ‘개선’이 갖는 의미는 상당히 넓지만 그렇다고 협정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재협상을 뜻하지는 않는다”면서 “한미 FTA 이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해 FTA가 협정대로 가도록 향상(improve)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협상은 새로운 협정 수준으로 협정 전반을 손질하는 의미라면 개선은 현재의 틀은 유지하되 일부 상품과 서비스 시장 등에 대한 추가 자유화나 FTA 이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수정한다. 우리 역시 FTA를 체결한 다른 국가들과 개선 협상을 하고 있다. 칠레와는 추가 개방을 하고 있고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 한·아세안 FTA 추가 자유화 협상 등이 모두 무역협정 개선작업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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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재협상도 내용을 보면 수위가 그렇게 높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공개된 초안의 내용을 보면 나프타 역시 전면적인 재협상보다는 개선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주 장관은 다만 한미 FTA의 개선의 수위는 좀 더 상황을 두고 봐야 한다는 점을 감안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두고 미국 측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개선의 대상은 어떤 분야가 거론될까. 통상 전문 로펌의 한 관계자는 “미국 기업들은 한국 세관당국의 깐깐한 원산지 검증 부문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한미 FTA의 ‘완전한 이행’을 거론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수준 높은 협정문과 달리 원산지 검증 등 이행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기업들이 국내 진출 후 사업하는 데 제약이 되고 있는 각종 규제도 대상이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암참 등은 자동차의 연비 관련 환경규제 등에 대한 개선을 주장해왔다”면서 “규제를 한미 FTA 이행의 장애 요소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법률시장의 추가개방 등 서비스분야도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fusionc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