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쇼박스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은 현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가 차기 대권을 노리고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치열한 선거전 이야기를 다룬 작품.
영화는 인간의 욕구 중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권력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권력욕 하나 때문에 주변의 상황은 안하무인 한 채 전력 질주하는 매서운 정치인 변종구의 끔찍하고도 소름 끼치는 선거 도전기이다. 무엇보다 영화의 중심은 서울시장 3선에 당선되길 원하고 차후 대통령 자리까지 넘보는 야심 가득한 인물. 배우의 롤이 영화의 성패를 좌지우지하는 큰 요소가 된다. 워낙 믿고 보는 배우로 정평 난 최민식임에도 이번 영화에서 그의 완벽한 ‘정치인’ 연기에 절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달변가이면서 전략적이고 탁월한 리더십과 쇼맨십을 갖춘 변종구는 기존의 정치 영화에서 보여 온 부패하고 획일화된 인물의 전형을 탈피, 보다 입체적이고 다변화된 정치인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최민식의 포커페이스와 상대방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눈빛 연기는 존재 그 자체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목적 앞에서는 그 어떠한 것도 물불 가리지 않는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면모부터 때로는 거친 정치판에 지쳐 한숨을 내뱉는 인물 변종구를 다층적으로 선보였다. 표면적으로는 정치인으로서 접근하지만, 인간으로서 갖는 내면의 고충까지 전한다는 점에서 깊이를 달리한다.
‘특별시민’에서 변종구의 행위를 보고 있자면, 연기대상 수상을 노리는 배우와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모든 삶이 ‘거짓’이자 ‘연기’이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계란 맞이, 가족 팔이, 사건 은폐 따위는 손쉽게 할 수 있다. ‘서울시장 당선’이 곧 ‘연기대상 수상’과 같은 영광일까 싶은 착각도 든다. 할리우드 배우도 울고 갈 여우, 정치인 변종구가 유일하게 진짜 내면을 드러내는 순간은 집, 그리고 과거부터 속상할 때면 술 한 잔 기울이던 후미진 고깃집에서다. 이 모든 과정이 실제 정치인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더욱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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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이끈 것은 최민식과 더불어 수많은 연기파 배우들의 노고에서도 비롯된다.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 역의 곽도원은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철두철미한 역할로 변종구의 든든한 파트너 역할을 해낸다. 정치계에 입문한 젊은 피 박경 역의 심은경과 임민선 역의 류혜영은 각각 변종구와 양진주(라미란)의 편에 서면서도 아직 살아있는 ‘정의’와 ‘희망’을 따끔하게 꼬집는다.
변종구와 대적하는 서울시장 후보 양진주 역은 라미란이 맡아 볼꼴 못 볼 꼴 다 봐오며 만만치 않은 내공을 자랑하는 여성 정치인을, 정치부 기자 정제이로는 문소리가 분해 선거전의 특종이라는 먹잇감을 노리는 간교한 인물의 유형을 연기한다.
밀도 있는 명대사 역시 ‘특별시민’의 미덕이다. “마부정제(馬不停蹄)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믿게끔 만드는 거 그게 바로 선거야”, “날이 좋으니까 기왓장이 아주 더 파랗게 보이는구나”,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직관이야”와 같은 주인공 변종구의 대사부터 “선거는 말이야, 똥물에서 진주 꺼내는 거야”, “원래 약점 잡힌 놈은 충성하는 법이야”, “관계가 깨져도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게 프로야”라는 심혁수의 의미심장한 말까지 수많은 대사들이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면서도 시민을 향한 변종구의 팔색조 변신 과정이 해학적으로 담겨 영화가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특별시민’을 보다 보면 현실 정치에서도 이 같은 인물과 대사가 쏟아질 것만 같아 실제 치러질 5월 9일 대선이 더욱 깊게 와 닿는다. 시의적절한 영화가 탄생함에 더욱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이유다.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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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