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경기가 최악의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낮아진 것일 뿐 봄이 왔다고 낙관하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아직은 한국 경제에 드리워진 악재들이 많다는 얘기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역시 “지난해 성장률 2.8%에서 올해 2% 중반이면 경기가 둔화하는 것”이라며 “우려했던 것보다 괜찮다는 것이지 봄이 왔다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송 부원장은 “경기와 경제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경기는 사이클상 조금 괜찮아질 수 있어도 경제는 인구 고령화, 낮은 생산성, 여전한 규제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등 계속 안 좋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도 “수출 호조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에 한정돼 있고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호전된 것도 아니다”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리스크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지나친 비관을 경계하는 주장도 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경기가 확연하게 살아날 것이라고 자신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비관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라며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을 살리는 방향이어서 대규모 실업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가 고꾸라질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종합적으로 봤을 때 성장률이 2% 중반대에서 반등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KDI는 한편 차기 정부에 대한 다양한 주문도 내놓았다.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복지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데 복지는 한번 도입하면 장기적으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므로 정교하게 기획해 시간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KDI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정은 정교한 기획과 제도적 보완을 거쳐 앞으로의 예산안에 단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입장도 강조했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재정의 (낭비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며 “효율화 노력이 선행된 후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증세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급속히 불어나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기준금리는 현재의 완화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사실상 동결을 주문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지 않고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다. 김 부장은 “결국 경제 전반에 온기가 퍼지려면 잠재성장률을 올려야 하며 그러려면 구조개혁이 필수”라며 체질개선을 재차 주문했다. /세종=이태규·서민준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