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스미스(사진) 머스크그룹 북아시아 대표 겸 머스크차이나 회장은 “우리는 주어진 거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최상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뿐 의도적으로 저운임 정책을 펴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스미스 회장은 머스크가 경쟁 선사를 고사(枯死)시키기 위해 운임을 후려치는 방식으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치킨게임을 하는 게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스미스 회장은 19일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나 “한진해운은 ‘선복(화물을 싣을 수 있는 공간) 과잉’이라는 구조적 상황 때문에 파산한 것”이라면서 “머스크를 비롯한 일부 대형 선사가 의도적으로 특정 업체를 파산시키기 위해 저운임 전략을 펼친 결과로 파산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스미스 회장은 시장점유율 15%의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라인을 이끌고 있는 소렌 스코우 머스크그룹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소통하는 최고위급 경영진이다.
스미스 회장은 “과거 수십 년을 되돌아 봤을 때 무역 거래 증가율에 맞춰 선복도 증가했다”면서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선복은 계속해서 공급하는 데 반해 무역 거래 증가율은 미미(flat)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구조적 공급 과잉 상황에서 머스크는 생존하기 위해 비용 지출을 줄이고 했을 뿐 저가 운임은 우리가 원했던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스미스 회장은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의 파산은 선사들 뿐 아니라 화주(貨主)와 항만 당국 등 모든 이해 관계자에 경종을 울린 세계적인 사건이었다”면서 “화주 입장에서는 운임을 낮게 가져가려는 데 연연하는 것보다 해상 운송 서비스 공급망 전체를 유지하는 게 이득이라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 사태’로 촉발된 물류 대란으로 컨테이너가 묶이며 화주들이 적잖은 손해를 본 만큼 낮은 운임만을 요구하는 것이 그들에게도 결국 득될 게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라는 의미다. 한진해운은 선복 과잉에 따른 저운임 국면을 견디지 못하고 올해 초 파산했다.
스미스 회장은 글로벌 해운 경기가 지난해 4·4분기 저점을 찍고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해운사들 간 합종연횡이 수요와 공급 여건을 개선 시킬 것”이라면서 “예전보다 해운시장 구조가 견실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 2년 간 상위 20개 선사 가운데 한진해운을 비롯해 8곳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스미스 회장은 머스크의 중장기 신조 선박 발주 계획에 대해 “이미 충분한 선복이 확보돼 있기 때문에 당분간 신조선 발주 계획은 없다”면서 “새로 지은 배를 다 채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발주를 할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발주는 신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