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위원회(WGC)에 따르면 금 보유량 1위 중앙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다. 뉴욕 연준의 금 보유량은 8,000톤 안팎. 전 세계 중앙은행 보유량의 25%가 이곳에 몰려 있다. 영화 ‘다이하드 3’에서 사이먼 일당이 테러를 가장해 금괴를 턴 은행이 바로 이곳이다. 축구장 절반 크기의 이 금고에는 12.5㎏짜리 금괴가 60만개쯤 쌓여 있다. 영화에서는 굴착기로 금괴를 퍼 담아 덤프트럭으로 실어 나르지만 연준 금괴를 죄다 털려면 수백 대의 트럭이 필요하다. 15톤 트럭 10대로 빼돌릴 수 있는 금괴가 고작(?) 1만개(125톤)에 불과하니 연준의 금 보유량을 짐작하게 한다. 이 금괴의 주인은 연준이 아니다. 95%는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 보관을 의뢰한 물량이고 나머지 5%는 국제통화기금(IMF)과 미 연방정부 소유다. 미 정부 소유 금괴는 켄터키의 군사기지 포트녹스 등에 있지만 정확한 물량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은도 보유 외환 다변화 차원에서 금 투자를 하지만 실물은 영국 중앙은행에 있다. 보관도 문제지만 금 대여 수익을 챙기기 위해서다. 영국은 국제 금 거래의 중심지다. 한은이 본부 재건축을 위해 조만간 이사를 갈 예정이다. 수 조원의 현금을 보관하는 지하 금고도 개보수한다지만 금괴 금고를 별도로 만들지 않을 모양이다. 그 이유에 대해 한은 관계자의 농담조 설명이 재미있다. “땅속에서 금광석을 파서 금괴로 다시 지하에 묵혀두는 것만큼 어리석은 게 있느냐”고. /권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