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든 떠나 일탈을 즐겨보고 싶은 계절이다. 좋은 음악과 자연만 있다면 어디든지 페스티벌이 열릴 수 있는 황금기를 기획사들은 놓칠 수 없다.
한 주 걸러 한 주 연일 이어지는 페스티벌 소식이지만, 내한하는가수들의 이름만 들어도 감격스러운 아티스트가 부지기수라 어떤 축제에 참여 할 지 관객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사진=프라이빗커브 제공
■페스티벌 시장은 포화상태…정답은 넘버원 아닌 온리원
포화상태인 음악 페스티벌 시장은 더 치열해졌다.주최측들은 선택권이 넓어진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 페스티벌의 차별화 필요성을 느끼고 색다른 컨셉 혹은 고유의 칼라를 내세워 관람객을 유치하고 있다. 넘버원 경쟁이 아닌 온리원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오로지 여성 뮤지션을 내세우며여성 음악인들의 축제를 표방한 ‘뮤즈 인 시티, 일렉트로닉 음악 축제’울트라 코리아‘, ’세상에서 가장 큰 클럽‘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EDM 페스티벌 ’월드클럽돔‘, 국내 최초 콘셉트형 페스티벌을 표방하는 ’하이네켄프레젠트 스타디움‘, 대자연에서 녹음을 즐기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등이 그러하다.
부산국제 록 페스티벌은 소방차로 물을 쏘아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리는 등 다른 곳에서 만나볼 수 없는 독보적인 분위기를 자랑하기도 하고, 따뜻한 봄날의 음악소풍을 표방한 그린플러그드는 봄을 대표하는 환경 캠페인 뮤직 페스티벌로 매년 꾸준한 관객을 모아왔다.
/사진=브이유이엔티
공연과 물싸움을 즐기는 뮤직 페스티벌이자 여름 축제로 자리매김한 ’워터밤‘ 공연도 컨셉이 돋보이는 공연 중 하나다. 이미 작년보다도 더 강력한 물 폭탄효과와 아티스트워 등으로 관객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워터 파이팅을 즐기며 보다 더 실감나는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 이라고 예고되어 기대를 더했다. 또한 댄스 퍼포먼스와 물놀이 부대시설 등의 새로운 예능적 요소로 여름축제의 즐거움이 다가오고 있다.그렇지만 한 페스티벌 관계자는 이러한 페스티벌 포화상태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페스티벌수가 늘어나면서 수익률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좋은 해외 헤드라이너를 먼저 섭외하기 위해 높은 개런티를 제시하다보니 자연스레 티켓가격이 비싸지는 문제도 있다”고 전했다.
■불안한 1회 페스티벌
과열된 음악 페스티벌 개최 속에서 수난기가 찾아왔다. 2013년만 해도 크고 작은 음악페스티벌이 20개 이상 열렸었으나 거품이 빠지며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던 시기가 찾아왔었다. 이후 틈새시장을 노리는 1회 페스티벌들이 매년 생겨나고 있지만 주최측의 사정으로 취소되는 일이 부기지수가 되며 피해는 온전히 소비자의 몫이 되었다. 폭우로 인해 공연이 잠시 중단되거나 아예 취소되는 경우를 제외하고서라도 주최측의 사정이라며 돌연 취소 후 환불사태가 벌어지는 일이 허다했다.
겉보기에는 화려했지만 정체성이 없는 라인업과 저열한 음향의 페스티벌이 생겼다 폐지되었다를 반복하는 가운데 2015년 원더걸스 국카스텐 씨스타 등이 참석 예정이었던 ’하울림 페스티벌‘은 주최측 내부사정으로 취소돼 기다리던 팬들을 맥 빠지게 했다. 2016년 개최 예정이었던 ’대따큰소규모페스티벌‘과 ’메리크리사운드 페스티벌‘ 또한 개최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는 등 주최측의 역량부족으로 취소된 사례이다. 한강 난지공원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크로스로드 페스티벌은 엠씨더맥스 김경호 윤하 정준영 홍대광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5월 6일~8일 예정이었던 공연이 6월 4일~5일로 미뤄지는 삐걱거림이 생기더니 결국 공연 3일 전 취소되어 교통편과 숙박을 예약했던 음악 팬들이 손해를 보게 했다.
/사진=앨엔제이
가장 최근에 취소된 페스티벌은 4월 22일 개최 예정이었던 ’부산 울트라 청춘 페스티벌‘이다. 전국 푸드트럭 유치와 이벤트 개최, SNS 홍보 등으로 바다와 맞닿은 공연장에서 최고의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였으나 이 역시 공연 일주일 가량 전에 취소되어 환불 절차를 밟고 있다.우후죽순 생기는 페스티벌은 다양함과 지방 구석구석에도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섭외력이나 자본력 등 주최측의 내실을 키우는 일도 시급하다. 뮤직페스티벌을 즐기는 소비자들 또한입장료가 적지 않은 만큼 후기를 꼼꼼히 챙기고, 가수들의화려한 라인업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주최 측의 내실도 잘 살펴보고 자신에게 맞는 콘셉트의 페스티벌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페스티벌의 주인공은 “너야 너”
성공적인 운영을 확신할 수 없는 1회 페스티벌에 대한 불안감은 분명 남아있다. 하지만 다른 부족한 부분을 상쇄시켜버리는 ’절대 음악‘의 힘은 대단하기에 우리는 페스티벌을 만들어가는 도전에 박수칠 줄도 알아야 한다.
음악 페스티벌을즐길 줄 알고 사랑하는 이라면 알 것이다. 2, 3일 밖에 되지 않는 축제 기간 동안에는 일상을 뒤집는 특별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는 것 말이다. 페스티벌은 음악뿐만 아니라 그곳에 보인 사람들의 관계에서 얻는 즐거움이 크다. 페스티벌의 열기 속, 수많은 주인공들 중 한명이 ’나‘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일탈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사진=프라이빗커브 제공
우후죽순 생기는 음악 페스티벌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페스티벌 마니아들은 호의적인 반응이다.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다. 매년 3개 이상의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한다는 유미리씨(29)는 “다양한 라인업으로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기도 하고, 페스티벌 간의 경쟁으로 내한하지 쉽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 아티스트들을 헤드라이너로 만날 수 있다. 특색 있는 행사도 많아져서좋은점이 많기는 하나 비슷한 시기에 몰려 있어 어떤 것을 골라갈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고단한일상을 마친 후, 다가오는걱정은 잠시 뒤로 하고, 올해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즐길 수 있는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한다면 스트레스도 날리고,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짜릿한 쾌감과 일탈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행복한 경험이 될 것이다. 옷 무게가 가벼워지는 이 계절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음악 페스티벌의 늪에 발을 담궈 보자.
/서경스타 문경민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