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이 藥...활기 되찾는 제약·바이오株

신약개발 눈높이 낮아지고
실적개선 꾸준히 이어지며
얼어붙었던 투자심리 회복
의약품·헬스케어지수 반등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에서 시름시름 앓던 제약·바이오주가 상승 모멘텀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기술수출 계약 해지와 임상 중단 등 잇따른 악재에 급락했던 바이오·제약 업종은 조정기를 거치면서 신약개발이라는 단기성 호재보다는 실적개선의 펀더멘털에 반등하고 있다. 꽁꽁 얼어붙었던 바이오·제약주에 대한 투자 심리도 풀리고 있다. 오랜 조정이 약(藥)이 된 셈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바이오·제약 업체들의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섹터지수가 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날 기준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8,140.53포인트로 3월15일(7,624.50포인트) 대비 6.77%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닥 제약지수는 5,743.30포인트에서 6,056.23포인트로 5.45% 상승했고 KRX 헬스케어지수도 6.93% 올랐다. 이들 바이오·제약 업종 지수의 평균 상승률은 6.04%로 코스피(0.25%)와 코스닥(4.49%) 등 전체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6.05% 올랐고 한미약품(128940)(2.57%), 유한양행(000100)(13.28%), 녹십자(006280)(5.57%), 영진약품(2.70%), 종근당(185750)(14.14%), 대웅제약(069620)(20.23%) 등 시총 상위 종목이 모두 크게 상승했다. 코스닥에서는 메디톡스(086900)(17.98%), 코미팜(041960)(11.54%), 휴젤(145020)(13.44%)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물론 바이오·제약 업종 주가는 본격적인 조정을 겪기 전 지난해 상반기 전 고점 대비로는 여전히 낮다. 바이오·제약 업종은 지난해 하반기 임상 실패와 기술수출 계약 해지가 잇따르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지난해 9월 바이오·제약 대장주인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었던 8,5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계약이 해지됐고 10월에는 녹십자(혈우병)와 유한양행(퇴행성 디스크)의 신약 치료제가 임상 단계에서 중단됐다. 11~12월에도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의 신약 개발에 문제가 생기면서 주가는 속절없이 추락했다.

올 들어서도 바닥을 헤매던 바이오·제약 업종이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던 것은 낮아진 시장의 눈높이를 제약사들이 충족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제약주는 ‘잔뜩 낀 거품이 빠지려면 아직 멀었다’는 비아냥을 들으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오히려 위기가 기회로 바뀌었다. 주가와 직결된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진 반면 제약사들의 실적은 점차 증가하면서 투자 심리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사 7곳(유한양행·한미약품·종근당·녹십자·에스티팜(237690)·대웅제약·동아에스티)의 올 1·4분기 예상 매출액은 1조4,2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늘고 영업이익은 901억원으로 4.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기업의 올해 연간 예상 매출액은 6조2,061억원, 영업이익은 4,4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 15%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제약 업종은 주요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연내 임상의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업체들도 있어 기업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며 “절대 주가 관점에서 보면 바닥은 이미 통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호실적이 예상되는 업체로 유한양행·대웅제약을 꼽았고 신약 개발 매력이 높은 기업으로 동아에스티·녹십자 등을 추천했다.

최근 국내 증시가 정보기술(IT)·화학·철강 등 외국인이 이끌던 수출 대형주 장세에서 벗어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바이오·제약주는 코스피 중형주와 코스닥 시장에 주로 포진해 있어 시장의 수급이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바뀔 때 최대 수혜를 누릴 수 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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