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아는 지난 15일 종영한 JTBC ‘힘쎈여자 도봉순’으로 성공적인 연기 신고식을 치렀다. 이미 다수의 CF에서 청순한 미모를 뽐내며 눈길도 받아 봤고, 예능에 출연해 대선배 조영남의 뺨을 쳐서(오해는 금물, 몰래카메라였다) 화제도 됐지만 등장인물 소개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은 처음이었다.
배우 설인아가 서경스타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지수진 기자
‘힘쎈여자 도봉순’은 선천적으로 어마무시한 괴력을 타고난 도봉순(박보영 분)이 세상 어디에도 본 적 없는 똘끼충만한 안민혁(박형식 분)과 정의감에 불타는 인국두(지수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세 남녀의 힘겨루기 로맨스 드라마다. 설인아는 극중 인국두의 전 여자친구이자 도봉순 쌍둥이 동생 도봉기(안우연 분)의 현 여자친구인 조희지 역을 맡았다. 재색을 겸비한 청순한 미모의 첼리스트다.실제 설인아는 조희지와 거리감이 있다. 오히려 정반대라 해도 무방했다. 주위에서 “제발 희지처럼만 하고 다녀라”라고 할 정도로 털털한 성격이다. 그래서 희지와의 대화가 중요했다. 주연만큼 상세하게 설명돼있지 않은 역할이기에 구체적으로 캐릭터를 그려내려면 상상력이 필요했다. 희지의 과거는 어땠을지 국두와 애정의 밀도는 어느 정도인지 작가님과 감독님께 여쭤보고 상의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이처럼 ‘힘쎈여자 도봉순’으로 브라운관에 데뷔하기는 했지만, 먼저 주연을 맡은 작품이 있다. 올 봄 개봉을 앞둔 웹무비 ‘눈을 감다’에서 B1A4 바로와 호흡을 맞춘 것. 이십대 조희지와는 다른 매력을 가진 고등학생 박미림을 연기했다. 아직 한창 배우는 중이라던 설인아는 ‘힘쎈여자 도봉순’에서는 박보영을, ‘눈을 감다’에서는 바로를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 나중에 선배의 위치가 되면, 이번에 보고 배운 것처럼 주변사람을 다독거리고 현장 분위기를 이끌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막연히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 오디션에 지원했던 어린 시절의 설인아는 몰라볼 정도로 성장했다. 배우로서 연기 그 자체를 즐기게 됐다. 다른 세상에 들어가서, 다른 삶을 살면서, 또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연기의 매력이라고 꼽던 설인아. 아직은 연기를 하는 자신이 낯설지만, 작은 역할이어도 연기를 할 수 있다는데 감사함을 가지며 끊임없는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설인아는 “아직 병아리인 자신이 성장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할머니가 되고, 불사조가 될 때까지 온 힘을 다해 연기하고 노력할 테니 그때까지 사랑해 달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때묻지 않은 순수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배우 설인아가 서경스타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지수진 기자
다음은 설인아의 1문 1답.Q. ‘힘쎈여자 도봉순’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조희지를 보고 어떤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A. 대본으로 볼 때는 정말 여우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너무 여우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혼돈이 왔죠. 남자친구가 있는데 다른 남자에게 반하고 들이대고, 감정에 솔직한 그런 모습이 여우처럼 느껴졌거든요. 촬영할 때 너무 대놓고 꼬시는 느낌이 들지 않게 노력했어요.
Q. 그렇게 많이 달랐으면 이해하기 힘들었겠어요. 조희지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A. 희지라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국두에게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것에 희지가 생각한 의미가 있을 테니까요. 봉기한테 넘어간 이유도 국두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더라고요. 희지가 불쌍했어요. 국두는 항상 바쁘고 표현도 안 하는 상남자잖아요. 반대로 봉기는 병원에 가면 항상 볼 수 있는 남자니까 그런 면에서 흔들릴 수 있겠다 싶었죠. 희지를 이해하려고 노력 많이 했어요. 마인드맵을 펼쳤던 거죠.
Q. 촬영장에 있던 대부분의 배우들이 다 선배님이었잖아요? 함께 연기를 하면서 배운 것이 있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을 듣고 싶어요.
A. 스탠바이 할 때도, 컷 중간에도 계속 조언해주셨어요. 회식 자리에서는 더 아낌없으셨죠.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임원희 선배님의 조언이에요. ‘본능에 충실하라’고 해주셨는데요. 연기라는 게,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면 보이지 않잖아요. 동물처럼 행동하고 본능적으로 표현하라는 뜻으로 해주신 말씀인 것 같아요. 제가 나름대로 해석해 봤어요. 예를 들어 누가 좋아도 고양이는 요염한데 강아지는 티를 안 내려고 해도 꼬리를 흔들게 되잖아요. ‘그런 느낌인가?’하면서 다방면으로 상상했습니다.
Q. ‘힘쎈여자 도봉순’과 ‘눈을 감다’ 촬영이 모두 끝났어요.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A. 제 나이에 맞는 발랄한 대학생 역할이요. 22살다운 대학생 역할을 먼저 해보고 싶어요. 그 다음으로 꼭 해보고 싶은 것은 여형사요. 액션신 같은 것을 해보고 싶어요. 항상 꿈꾸고 있죠.
Q. 액션신, 의외지만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롤모델로 삼은 배우는요?
A. 김혜수 선배님이 제 롤모델이에요. 노련하고 고혹적이고 또 자기만의 색이 있으시잖아요. 연기할 때마다 매력이 달라지시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은 ‘도둑들’이죠. 아, 잠시만요. ‘타짜’로 변경하겠습니다(웃음). 타짜에서 정말 멋있게 봤어요. 그런데 또 실제로 해본다면 ‘도둑들’이에요. 거기서 시크한 모습이 확 와 닿았거든요. 고양이보다는 표범 같은 느낌이었어요. 아직 작품에서 만나 뵌 적은 없어요. 예전에 치킨 CF를 찍었는데, 서로 다른 컷으로 출연했었죠. 그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Q. 그렇다면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대중이 ‘설인아’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배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독특하지만 친근감 있는 배우요. 예를 들자면, 나만 알고 싶은 섬유유연제 같은 배우(웃음). TV 틀어놓고 다른 일 하고 있는데 제 목소리만 나와도 ‘설인아 나오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게 친근했으면 해요. 대중들에게 생소하지 않을 때까지 계속 연기하고 싶어요. 그러면서도 자기만의 개성이 있는 그런 배우가 꿈이죠. 모든 배우들이 꿈꾸는 것이지 않을까요.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