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선(왼쪽) 오비이랩 대표와 배현민 오비이랩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강남 역삼동 본사에서 뇌활동측정기 ‘너싯’을 들어보이고 있다. /양사록기자
“LG도 저희 회사 고객입니다. 궁극적으로 뇌 활동 데이터센터로 자리 잡겠습니다.”19일 서울 강남 역삼동에 위치한 오비이랩 사무실에서 만난 정원선 대표는 자체 개발한 뇌 영상 진단기 ‘너싯(Nirsit)’을 들어 보이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너싯’은 기능적 근적외선 분광기법(fNIRS) 방식의 뇌 영상 진단기다. 뇌 내부 각 영역의 산화도에 따라 빛의 흡수 정도가 달라지는 원리를 적용해 뇌에 근적외선을 쏘고 뇌를 투과한 근적외선을 분석해 뇌의 각 영역이 어느 정도 활성화됐는지를 파악, 실시간 3D 영상으로 보여준다.
기자 앞에 펼쳐진 너싯의 작동 방식은 매우 흥미로웠다. 너싯을 직접 착용한 정 대표가 질문에 답변할 때마다 너싯 전용 소프트웨어가 태블릿에 띄워준 화면에 좌뇌의 색깔이 하얀색에서 노란색으로, 이어 붉은색으로 변하는 모습이 보였다. 좌뇌는 이성을 관장하는 뇌다. 정 대표는 “대화를 위해 좌뇌의 해당 부분이 더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활성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립성 저혈압과 인지 장애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뇌의 산소포화도를 통해 활성화를 확인할 수 있던 영상기기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f-MRI)가 유일했다. 하지만 무게가 100㎏이 넘는데다가 30억원이 넘는 고가의 장비여서 이 장비를 제대로 갖춘 병원을 찾기는 어렵다. 뇌 영상을 촬영하고 싶은 환자들은 예약을 하고 병원을 찾아 몇 시간을 기다리고 자기 순서가 오면 f-MRI촬영을 위해 촬영용 옷을 입은 채 기기 밑에서 1시간 이상을 기다리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너싯의 해상도는 4㎜×4㎜, 무게는 500g에 불과하다. 해상도가 1㎜×1㎜인 f-MRI와 비교하면 정밀도가 떨어지지만, 해상도가 3㎝×3㎝였던 기존 fNIRS 제품들과 비교하면 정밀도를 크게 높였다. 단순히 소형화와 경량화에 그쳤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시간 산소포화도 측정이 가능해 기존 f-MRI로는 불가능한 특정 자세나 행동 변화에 따른 뇌 영상의 측정이 가능한 것이 너싯의 특징이다.
정 대표는 “너싯은 측정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산소 활성화 정도를 보여주기 때문에 특정 자세의 뇌활성화 정도와 행동의 변화가 가져오는 뇌 활성화 정도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며 기립성 저혈압과 인지 장애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너싯은 지난해 8월 연구용으로 국내외 시장을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이미 4대가 전달됐고 추가 주문 물량을 생산 중이다.
현직 카이스트 교수인 배현민 오비이랩 최고기술자문은 “출시한 제품 4대 중 한대는 LG연구소에서 구매했고, 다른 국내외 정보기술(IT) 업체들도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중에는 구글 등 글로벌 기업도 포함된다.
오는 25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판매허가도 받는다. 이미 경북대병원을 비롯한 각지 대학병원에서 구매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오비이랩은 지난해 2월 케이큐브벤처스와 LB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등에서 총 45억7000만원을 유치했다.
오비이랩의 비전은 ‘뇌 활동 데이터 센터’가 되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인공지능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인간의 뇌는 아직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다”며 “너싯이 적용 가능한 영역을 넓히고 이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로 뇌 활동 정보의 ‘구글’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