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는 늘 먹을 게 많지만 올해는 더 그렇다. 빅이어(챔스 트로피)를 품을 후보도 어느덧 네 팀으로 압축된 상황. 엄선된 재료로 차려진 성찬이 축구 팬들의 군침을 돌게 한다.
세계 최고 골잡이부터 축구판을 뒤흔드는 천재들까지 각 팀 해결사의 면면이 황금조합을 이룬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레알 마드리드)와 킬리앙 음바페(19·AS모나코), 앙투안 그리에즈만(26·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파울로 디발라(24·유벤투스)가 그들이다.
킬리앙 음바페 /AFP연합뉴스
음바페, 역대최연소 5골 기록모나코 13년 만의 4강행 견인
20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챔스 8강에서 1998년생 음바페는 자신이 왜 ‘제2의 티에리 앙리’로 불리는지 다시 한번 증명해냈다. 모나코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홈 2차전에서 음바페는 전반 3분 만에 골키퍼가 쳐낸 공을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는 문전에서의 침착함뿐 아니라 돌파에서의 유연성, 좋은 위치 선정, 동료들과의 호흡까지 흠잡을 데 없는 플레이로 모나코를 13년 만의 4강으로 안내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늘어가는 자신감은 상대적으로 경험이 떨어진다는 약점마저 지워내고 있다. 1차전 3대2 승리에 이어 이날 3대1로 또 이기면서 모나코는 합계 6대3으로 분데스리가 전통 강호를 격파했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16강 1·2차전에 이어 8강 두 경기에서도 득점에 성공한 음바페는 4경기 연속골로 역대 최연소 챔스 5골 기록을 작성했다. 아버지가 카메룬, 어머니가 알제리 출신인 음바페는 프랑스의 최고 엘리트 아카데미인 클레르퐁텐과 모나코 유소년팀을 거쳤다. 이미 열한 살 때부터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팀의 러브콜을 받았던 그는 현재 레알을 비롯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스널 등의 영입 리스트에 올라 있다. 맨유와 아스널이 음바페를 데려가기 위해 8,000만파운드(약 1,160억원)를 준비했다는 영국 언론의 보도도 나오고 있다.
파울로 디발라 /신화연합뉴스
디발라 ‘제2의 메시’로 이름값8강 1차전 바르샤 격침 수훈갑
이날 또 다른 8강 2차전에서는 유벤투스가 바르셀로나 홈구장 캄프누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유벤투스는 2년 전 결승에서 바르셀로나에 1대3으로 졌던 아쉬움을 씻고 합계 3대0으로 4강에 합류했다. 16강 1차전에서 파리 생제르맹에 0대4로 대패하고도 홈 2차전에서 6대1로 이기는 역사를 썼던 바르셀로나지만 유벤투스에는 통하지 않았다. 유벤투스로서는 1차전 세 골이 컸다. 그중 두 골을 ‘제2의 리오넬 메시’로 통하는 아르헨티나 출신 파울로 디발라가 책임졌다. 디발라는 소속 리그인 이탈리아 세리에A 기록(8골 6도움)에서는 프랑스리그1의 음바페(12골 5도움)에 다소 못 미치지만 챔스 4골로 음바페(5골)와 어깨를 견주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AFP연합뉴스
호날두, 5년연속 득점왕 도전
레알 결승진출 땐 가능성 충분
4강에 선착한 마드리드 연고 두 팀의 간판은 역시 호날두(레알)와 그리에즈만(아틀레티코)이다. 올 시즌 챔스 7골의 호날두는 5년 연속 챔스 득점왕에 도전한다. 라이벌 메시가 11골로 현재 1위에 올라 있지만 바르셀로나의 탈락으로 득점을 보탤 기회를 잃었다. 메시는 이날 헤딩 경합 중 얼굴로 떨어지는 바람에 눈 밑에 선명한 상처만 남았다. 레알이 결승까지 간다면 호날두로서는 역전 득점왕 기회가 충분하다. 득점왕 5회로 메시와 공동 최다 수상 기록을 가진 호날두는 한 발짝 앞서 갈 좋은 찬스다. 이미 챔스 본선 통산 득점에서는 100골을 기록, 메시(94골)에 멀찍이 앞서 있다.
앙투안 그리즈만 /AFP연합뉴스
그리에즈만, 체력·스피드 겸비ESPN “가장 이상적인 공격수”
그리에즈만은 올 시즌 챔스 5골,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5골을 기록 중이다. ESPN은 그를 “현대축구에서 가장 이상적인 공격수”라고 평가한다. 계산된 움직임에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스피드를 지녔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맨유)의 노련함과 호날두의 탁월한 위치 선정을 동시에 갖췄다는 것이다.
21일 오후8시 진행되는 대진 추첨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2경기 모두 ‘재미 보장’이다. 호날두와 그리에즈만의 등번호 7번 대결, 그리에즈만과 음바페의 프랑스 대표팀 선후배 대결, 음바페와 디발라의 신성 대결도 흥미로울 것이다. 레알은 2014년과 지난해 결승에서 아틀레티코를 만나 모두 우승컵을 들었던 좋은 기억이 있다. 4강은 5월3일 시작되고 결승은 6월4일 웨일스 카디프시티에서 벌어진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