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 금융전략포럼]임종룡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4개부처 매달려...이대로는 미래 없다"

특별강연서 한국금융 현실 토로
"부처 칸막이 없애야 4차산업시대 제대로 준비 가능
90년대식 구조조정 더이상 안먹혀...시장에 맡겨야
가계대출 조인다고 건설경기 하락한다 생각 안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0일 서울프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2회 서경금융전략포럼 리빌딩 파이낸스 2017 - 금융산업 4차혁명을 만나다’에서 금융개혁의 성과에 대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송은석기자


“금융개혁이란 금융산업을 국가 경제의 동력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그 마무리와 보완을 여러분에게 온전히 남겨드립니다.”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20일 열린 ‘제12회 금융전략포럼’의 특별강연에 나선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표정에는 재임기간의 성과에 대한 자부심보다 못다 이룬 금융개혁 과제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배어났다. 임 위원장은 이날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반복하면서도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그는 “금융개혁은 금융을 국가 경제의 동력으로 만드는 일”이라며 “정부도 금융사도 경쟁과 혁신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임 위원장은 금융산업의 메기로 등장한 인터넷은행에 대해 “은행은 물론이고 카드사와 증권사·저축은행도 모두 달라져야 한다”며 “금융사들이 긴장하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세상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국책은행이 더 이상 구조조정의 주체가 될 수 없으며 이제 시장이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같은 줄기에서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목전까지 갔던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정책에 대해서도 “우리나라가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자존심이 상한다”며 “입법과 행정 시스템을 넘어서 실행 능력을 갖추는 것이 진정한 능력이고 이것이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요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 “금융산업 전체 긴장해야, 정부도 융합적 사고 필요”=임 위원장은 가입자 20만명이 넘어선 인터넷은행을 설명하면서 금융사들이 “경쟁을 넘어 혁신을 해야 한다”며 각 업권별로 달라져야 할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은행권을 향해 “일부 은행들이 모바일뱅크로 인터넷은행과 경쟁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은행들이 이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 위원장은 “1만5,000명이 근무하고 점포 1,000개를 유지하는 은행들이 직원 250명으로 점포 없이 운영하는 저비용 고효율의 인터넷은행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가”라며 “기업금융이 아닌 소매금융 분야에서는 기존 은행이 크게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며 기존 은행에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임 위원장은 “(인터넷은행에서는) 저금리 시대에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고 선순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존 은행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이것이 고객들이 인터넷은행을 찾는 이유이자 인터넷은행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카드를 한다고 생각해보라. 혹은 주택담보대출을 한다고 생각해보라”며 “P2P 대출업체도 달라져야 하고 저축은행·카드사도 달라져야 한다. 증권사도 걱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대해서도 변화를 촉구했다. 임 위원장은 우선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는 출발은 늦었지만 은행들이 시장을 만들어준다면 영국이나 중국 등 핀테크 선진국가들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임 위원장은 “예를 들어 금융기관이 빅데이터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개인정보 보호인데 행정자치부와 방송통신위원회·금융위원회·미래창조과학부가 각각 관련 법안이나 예산을 다루고 있다”며 “이렇게는 개인정보 문제에 진전을 이뤄서 빅데이터 산업을 키우려는 금융권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정부가 칸막이를 없애고 융합된 사고를 통해 문제를 풀어주는 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기 위해 중요한 대목”이라고 역설했다.

◇구조조정, “세상이 달라졌다”=임 위원장은 다른 무엇보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980~1990년대는 정부 주도, 2000년대는 워크아웃을 통해 구조조정을 했지만 이제는 구조조정에 대한 공감대를 얻기 힘들고 책임지는 게 두렵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이제 워크아웃은 유효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중은행이 참여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임 위원장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은행들이) 팔고 나갈 수 있는데 마지막에 누가 남느냐 하면 바로 산은과 수은 등 국책은행들”이라며 “국책은행만 남는 구조조정은 너무나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혈세로 하는 구조조정은 이제 먹히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P플랜은 워크아웃의 신속한 자금지원과 법원의 기속력을 합친 것인데 (대우조선해양을 처리하면서) 이거 가면 큰일 난다는 인식을 남긴 게 아쉽다”며 “앞으로의 구조조정은 산은과 수은이 다 손을 떼지는 못하겠지만 시장이 조정을 해야 한다.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자율구조조정 뒤 P플랜으로 갈 것이고 작은 기업들은 사모펀드(PEF)를 통해 시장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조인다고 건설사 부실? 그렇지 않아= 임 위원장은 가계부채 대책과 관련, “앞으로 집단대출과 비주택담보대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한 후 동전의 양면처럼 언급되는 부동산 경기 하락, 건설 경기 침체 문제와 관련해서는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지금이 정상 상황”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임 위원장은 “2013년 1·4분기와 2014년 1·4분기만 해도 각각 7조6,000억원, 8조원 수준으로 나가던 중도금대출이 지난해 1·4분기에는 13조2,000억원 늘었다”며 “이게 정상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올 1·4분기에 9조6,000억원의 중도금집단대출이 나갔는데 여전히 2014년보다 더 많은 대출이 이뤄졌다”며 “지난해 비정상 상황에서 3조원 줄었다고 건설 업계가 부도날 지경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현재 가계부채 증가세가 감소하는 현상도 금리나 부동산 상황을 볼 때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임 위원장은 “우선 금리가 높아지기 시작하고 부동산은 안정되고 있으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전 업권에 정착했다”며 “이를 통해 가계부채는 총량 증가율에 있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가계부채 리스크는 국가 리스크가 아니라 결국 금융권의 리스크”라며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방파제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김영필·김흥록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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