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진단에 따르면 우리는 네트워크 시대의 초기에 있다. 아직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더욱 빠르고 강력한 네트워크 사회로 진입하기 전 개인은 물론 조직과 국가 역시 ‘제7의 감각’을 발달시켜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제7의 감각은 연결에 의한 변화를 감지하고 조종하는 능력이다. 인류 탄생 이후 우리의 생존을 결정한 것이 오감, 산업화 이후 제6의 감각(니체가 정의한 ‘역사적 흐름과 관계 속에서 개인의 좌표를 조정하는 감각’)이었다면, 초연결사회에서 우리의 생존을 담보하는 것은 ‘제7의 감각’이다.
네트워크 시대는 다극 체제인 동시에 일극 체제다. 권력이 극심하게 집중되는 동시에 분산된다는 의미다.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모여 있는 플랫폼 자체가 밀도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권력이 되고 비트코인이 중앙은행을 위협하듯 기존 구조를 산산조각낼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네트워크로 다른 네트워크를 파괴하는 새로운 유형의 전쟁도 벌어지고 있다. 해킹 단체 어나니머스가 멕시코 마약 왕들을 공격하듯 말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네트워크에 진입(게이트)하지 못하면, 즉 연결의 혜택에서 배제되면 엄청난 불이익을 당한다. 네트워크를 창조하는 능력과 정보 접근성 등을 아우르는 게이트키핑 권한은 계급(카스트)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연결을 통제하는 소수 엘리트가 우리 삶에 관여하며 권력을 갖고 부를 거머쥔다.
과거의 권력투쟁은 공간적 지배와 영토를 대상으로 했지만 지금은 빛의 속도로 시간과 공간을 연결(토폴로지)하는 데서, 반대로 국경을 지키듯 네트워크 접근을 차단한 공간을 건설(게이트랜드)하는 데서 나온다. 네트워크에 누가 들어오고 나갈지 결정하는 것 자체가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미래의 많은 게이트랜드가 국가나 시민들을 게이트 내부에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그 힘을 표출하겠지만 배제를 통해서도 그럴 것이다.” 정확한 DNA 분석, 전염병 예방, 사이버 방어 시스템의 혜택이 특정 게이트랜드에만 주어진다고 상상해 보자. 누구라도 닫힌 세계의 혜택을 누리고 싶지 않겠는가.
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미·중 관계 악화 속에 미국은 어떻게 무역·금융·보안 등을 포괄하는 게이트랜드를 구축하고 방어할 것인지에 대해 조언한다. 그것은 게이트키핑 체계를 강요하려는 모든 시도에 맞서 싸우는 동시에 미국의 게이트랜드에 포함된 동맹국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다. 국제 질서 역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바뀌는 셈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이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CEO들이 여름휴가 때 읽는 책으로 유명세를 탄 이유는 분명하다. 이 책은 21세기의 군주론이자 전쟁론이며 손자병법이다. 네트워크 시대, 우리를 뒤흔들 운명(포르투나)에 맞설 능력(비르투)은 제7의 감각이며 전술은 사람과 자본, 데이터의 흐름을 지휘할 최적의 토폴로지를 구축하고 게이트랜드를 운영하는 것이다. 공식이 바뀌었지만 우리의 교육과 사회 시스템은 이에 맞게 구조화되지 않았다. 저자는 말한다. “새로운 본능을 훈육해야 한다. 지금 당장!”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