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인적분할 '첫 발' 뗐지만 지주사 전환까진 가시밭길

지주사 전환 비용 5조↑
호텔롯데 상장도 지연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 변수될수도

롯데그룹이 롯데쇼핑(023530) 등 4개 계열사의 인적분할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사 전환 과정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이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고 그룹 전체 지주사 전환 비용이 최대 5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여 자금 마련에도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일부 보유한 신동주 전 일본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오는 26일 롯데쇼핑과 롯데제과(004990)·롯데푸드(002270)·롯데칠성(005300)음료 등 4개 계열사 이사회를 동시에 열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4개사가 인적분할을 통해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를 나누고 지주회사 4곳을 합병해 중간 지주회사를 만드는 방법이 유력하다.

모기업이 신설되는 사업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도 거론되기는 하지만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 우려되는 데다 현재 분할·합병이 거론되는 4개사가 동시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가 많아 절차와 비용 등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을 할 경우 합의한 비율대로 사업회사와 투자회사의 주식을 나눠 가지는 것으로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며 “물적분할은 상대적으로 복잡해 뜻하지 않은 이벤트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그룹 측은 분할 방식이나 분할 후 투자회사 합병 여부 등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사회를 열어 논의하는 것은 맞지만 인적분할 등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올 초 공시한 대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LG그룹이나 GS그룹처럼 완전한 지주회사로 탈바꿈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서는 마지막 연결고리인 호텔롯데의 상장과 함께 67개에 달하는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 핵심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였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과 ‘최순실 게이트’에 엮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불구속 기소되면서 사실상 단기간 상장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롯데그룹의 한 고위관계자 역시 “적당한 시기를 보고 있다”면서도 “최근 중국 리스크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이 현재의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적어도 5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신경제연구소는 롯데그룹 순환출자 해소 시나리오 비용은 약 4,000억~1조5,000억원, 호텔롯데 중심의 지주회사 전환비용은 약 3조5,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일부에서는 분할·합병 과정에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필요 자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이날 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 등은 전날에 이어 또다시 4% 이상 오르는 강세를 연출했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을 먼저 하는 것이 순서상 맞다”며 “80여개 계열사 중 30곳이 넘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 호텔롯데의 상장이 마무리돼야 지주회사 전환이 완료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존재도 부담이다. 여전히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남은 상황에서 신 부회장이 보유한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은 앞으로 지주회사 전환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7.95%), 롯데제과(3.96%), 롯데칠성(2.83%), 롯데푸드(1.96%) 등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는 충분히 개입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으로의 복귀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주주인 광윤사 설명회에서 “롯데그룹의 미래를 우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겠다”고 말하며 오는 6월 하순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직 복귀를 안건으로 제안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거의 마무리됐지만 신 전 부회장의 반격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라며 “지주사 체제로 바뀌기 위해서는 신 회장 중심으로 경영권이 더 안정적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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