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과잉에 처한 제조업체들은 영업이익으로 빚조차 갚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2만여 제조회사에서 좀비기업은 10개 중 1개꼴이다. 이런 한계기업의 비중이 2011년 8.7%에서 2015년 11.2%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한계기업이 도태되지 않고 활개를 친다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은 물론 한정된 자원의 배분을 왜곡해 결국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게 된다.
금융당국이 연례 기업신용위험평가를 철저히 챙기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은 시의적절하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구조조정 대상 기업 선정이 온정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 평가는 부실기업 솎아내기의 첫 단추로 채권은행이 기업신용위험도를 4단계로 나눠 이 중 하위 C·D등급의 퇴출을 유도한다. 기업 구조조정에 선제 대응할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곪아 터진 다음에 수습에 나서면 더 많은 대가를 치른다는 것은 두 차례 혈세를 투입한 대우조선해양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성장동력이 이처럼 훼손되고 있는데도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대선주자들은 당면한 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누구라고 할 것도 없다. 대우조선 문제만 하더라도 지역 경제의 피해와 근로자의 고통만 거론할 뿐이다. 그저 나랏돈이 쌈짓돈인 양 선심성 공약으로 유권자를 현혹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표 떨어질까 봐 제조업의 불편한 현실에 침묵하고 장밋빛 4차 산업혁명을 입에 올리는 것은 공허하고 무책임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