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오카시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오르고 있다. /후쿠오카=박우인기자
일본 초등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의 한 페이지로 공공질서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김정욱기자
지난달 27일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에서 도쿄행 고속열차(신칸센)를 타기 위해 찾은 센다이역. 시민들은 모든 탑승객이 내릴 때까지 기다린 뒤 열차에 올랐다. 열차 안은 잠을 자거나 책을 보는 사람들로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큰 소리로 얘기하거나 전화하는 사람은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도쿄 지하철역에서도 승객이 내리기 전 탑승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다리를 벌리고 앉거나 큰 소리로 대화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내리는 사람들의 공간을 확보해주기 위해 플랫폼에서 출입문 대각선으로 줄을 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도쿄 지하철역의 한 역무원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도쿄 지하철의 독특한 문화”라며 “출입문 양쪽에서 대각선 모양으로 줄을 서서 공간을 만들어주면 하차객이 훨씬 빠르게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의 한 버스정류장. 사람들이 탑승하자 버스 기사는 승객들이 모두 자리에 앉았는지 살폈다. 서서 가려던 기자가 손잡이를 잡고 있는지를 살피던 기사는 “손잡이를 잡아달라”고 외쳤다. 기자가 손잡이를 잡은 후에야 버스는 출발했다. 친구 사이로 10대 학생들은 낮은 목소리로 미소를 띠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 학생은 “부모님이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버스 안에서는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늘 가르치신다”며 “매너를 지키면 서로가 편하다”고 말했다.
지하철 큰소리·쩍벌남 없고
버스선 손잡이 잡아야 출발
일본은 대중교통 문화 선진국이다. 인구 밀집도가 높아 대중교통 이용객이 많은데도 질서를 잘 지키기로 유명하다.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일본 특유의 ‘메이와쿠(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를 바탕으로 한 ‘교육’을 첫손에 꼽는다. 시작은 가정교육이다. 일본 부모는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매우 엄하게 제재한다. 일본 가정교육을 다룬 책 ‘일본 엄마의 힘’에는 일본 부모가 아이 훈육의 최우선 순위로 꼽은 행동으로 ‘다른 아이를 다치게 하는 것’ ‘놀이터 등에서 끼어드는 것’ ‘전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떠드는 것’ 등이 소개돼 있다. 엄격한 훈육 주제에는 대중교통 매너도 포함돼 있다.
일본 오사카에서 여섯 살짜리 딸을 키우는 이데(44) 씨는 “일본 가정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며 “내가 어릴 때도 그랬고 다른 집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일본 사회에서 교통질서가 잘 지켜지는 것은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받는 이러한 교육이 몸에 밴 결과라는 얘기다. 그는 “교통질서 준수는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말했다.
어릴때부터 가정교육으로
수준높은 질서의식 몸에 배
유치원과 학교에서도 이런 교육은 이어진다. 일본에서는 유치원에서부터 대중교통 이용 매너 등 공공장소 예절을 가르친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탑승객이 내린 뒤 타기, 버스·지하철 등에서 큰 소리로 떠들지 않기 등 매우 구체적이다. 초등학교에서도 ‘도덕’ ‘생활’ 등의 과목을 통해 공공장소 예의나 대중교통 이용 예절 교육을 이어간다. 일본 사이타마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대중교통 예절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수시로 대중교통 이용 에티켓을 가르친다”고 전했다.
이제부터는 우리도 가정과 학교에서 질서의식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이순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일본 부모는 아이에게 몇 달 동안 자기물건 정리하기만 가르치기도 한다”며 “수준 높은 질서의식을 갖추려면 꾸준한 반복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미경 동국대 가정교육과 교수는 “질서·예절 교육은 실천 중심으로 꾸준히 지속해야 일상생활에서 실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센다이=김정욱기자 후쿠오카=박우인기자 김우보기자 my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