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근 농진청장 "우리 선진농업기술 개도국에 보급...'물고기 잡는 법' 알려줘야죠"

<서경이 만난 사람>
나라별 맞춤 기술 전파하는 정 청장
식량원조 아닌 품종 개발·재배 기술 지원
2022년까지 30개국에 KOPIA센터 구축

“우리나라 선진 농업기술을 개발도상국에 더 많이 확대 보급할 생각입니다.”

정황근 농촌진흥청장은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 사업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국내에서 개발한 농업기술을 맞춤형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개도국 지원방식을 단순한 식량원조에서 벗어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지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얘기다.

지난 2009년 시작한 KOPIA 사업은 개발도상국 현지에 KOPIA센터를 설치, 운영하는 사업으로 국내 농업전문가를 상주시켜 국가별 맞춤형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KOPIA센터는 현재 아시아 9개국(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필리핀·스리랑카·태국·몽골·우즈베키스탄·라오스)과 아프리카 6개국(케냐·알제리·에티오피아·우간다·세네갈·짐바브웨), 중남미 4개국(파라과이·볼리비아·에콰도르·도미니카공화국) 등 전 세계 19개국에 설치돼 있다. 올해 니카라과에도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정 청장은 “지금도 11개 국가에서 센터 설치를 희망하고 있고 이 가운데 내년 5개 국가에 센터를 설치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며 “오는 2022년까지 30개 국가에 센터를 설치,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KOPIA센터는 진출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품목이나 품종을 재배해 확대 보급하고 있다. 또 토양에 맞는 품종을 개발해주기도 한다. 캄보디아에는 옥수수와 육계 기술을 전파해 지난해 옥수수 생산량이 ㏊당 4.2톤에서 5.5톤으로 늘었다. 육계생산 시범마을에서도 사육기간이 106일에서 73일로 크게 줄었다.

케냐에서는 병아리 폐사율을 기존 73%에서 12%로 낮췄다. 이에 따라 가구당 소득도 기존 43달러에서 155달러로 3배 이상 끌어올렸다. 감자 생산량 증가도 ㏊당 1.3톤에서 3.95톤으로 늘려 가구당 소득을 283달러에서 1,557달러로 높였다. 짐바브웨에서는 옥수수 재배농가의 생산성이 무려 9배나 향상되기도 했다.

또 남미지역인 파라과이에서는 참깨시범단지를 조성해 ㏊당 생산량을 600㎏에서 762㎏으로 늘려 ㏊당 480달러이었던 소득을 564달러로 끌어올렸다.

정 청장은 “앞으로 나라별 맞춤형 기술개발을 통해 농가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농진청은 KOPIA 협력사업을 1단계부터 4단계로 나눠 추진하고 있다.

1단계에서는 개도국 맞춤형 공동기술 개발, 수혜국 요구 우선 연구, 국내 품종 현지적응 시험 등을, 2단계에서는 우수 연구 결과 시연, 현지 농가 수행(1㏊ 내외) 등을 추진한다. 3단계에서는 KOPIA 시범마을 조성, 농업인 교육, 지역별 30~100농가 참여 등을, 4단계에서는 해당 국가 농업정책으로 확대 수행, 농산업체·가공 관련 기술지원 연계, 현지 진출 국내 농산업체 연관사업 발굴 등을 각각 추진한다. 4단계까지는 10년가량 걸린다. /윤종열기자 yjyu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