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가총액 2위인 카카오(035720)가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하며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한 종목들의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단순히 시장을 이전해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실적 등 기업 펀더멘털에 따라 주가의 움직임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과거 시장 이전 기업의 주가는 이전 상장 전 기대감에 단기 상승한 후 되레 주가가 하락한 사례도 적지 않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한 종목은 13개(합병된 코오롱아이넷, 동양시스템즈 제외)로 나타났다. 2007년 유나이티드(현 유나이티드제약(033270))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코스피로 터를 옮겼고,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해마다 2~4개 업체가 코스닥을 떠났다. 이들 종목은 코스닥시장이 코스피에 비해 저평가 받기 때문에 코스피로 옮겨가 자신들의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수급을 확대해 안정적인 투자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생각도 뒷받침됐다. 코스피를 추종하는 펀드 등에 따른 매수세 유입도 기대하는 등 전반적으로 코스피 이전에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시장 이전이 기대만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난해 7월 당시 코스닥 시가총액 3위였던 동서(026960)는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한 후 주가는 하락세를 걸었다. 이전 3개월 뒤 15.33% 빠졌고 6개월 뒤에는 23.07%나 하락했다. 신생증권사였던 키움증권(039490)도 마찬가지다. 2009년 8월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했지만 주가는 석 달 뒤 35.9%, 6개월 뒤에는 47%나 하락했다. 시장 이전에 따른 수급 개선보다는 전체 주식시장 약세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악화한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와 유사 업종으로 볼 수 있는 인터넷서비스 기업 NHN은 2008년 11월 코스피시장으로 이전한 후 한 달 동안 10.5%나 하락했다. 물론 이후 온라인게임투자 등이 호재로 작용해 외국인 등의 매수세가 몰리며 6개월 뒤에는 208.4%나 뛰었다.
코스닥 ‘넘버2’ 카카오 역시 코스피 이전 상장을 검토한다고 밝힌 지난 20일 하루에만 4.13%가 올랐다. 이튿날인 21일에도 오전 한때 주가가 상승 흐름을 보였으나 오후 들어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약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종목에 대한 할인 요인이 줄어들고, 코스피로 이전할 경우 코스피200에 편입될 것이라는 기대감 등 긍정적인 전망이 커진 탓이다.
문제는 코스피 이전 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단기 급등했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 하락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다. 코스피로 이전한 종목의 주가를 보면 상당수가 상승 흐름을 유지하지 못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주목도가 높았으나 코스피시장에서는 평범한 주식으로 전락해 오히려 투자자의 관심이 멀어진 측면도 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벨류에이션 성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하며 시장 이전보다는 2·4분기 중 주가 상승 모멘텀 출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밸류에이션은 국내외 주요 플랫폼 기업 대비 높은 상태”라며 “주가는 2·4분기 모멘텀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