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인간·융합·인공지능 기업가정신 교육으로 협력하는 괴짜를 양성하라”

INTERVIEW |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이 시대가 던지는 화두다.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4차 산업혁명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대체 4차 산업혁명이 뭐기에 입만 열면 중요하다는 말이 튀어나오는 것일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한국 벤처업계의 대부이자 4차 산업혁명 전문가인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에게 그 해답을 들어봤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이 서울 서초구에 있는 카이스트 소프트웨어대학원 내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기자의 머릿속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맴돌고 있었다. 4차 산업혁명에 관심도 있었지만, 사실 너무 많은 곳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어딜 가나 들려오는 여섯 글자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서 만나는 취재원들에게 질문을 던지곤 했다. 4차 산업혁명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신기한 건 그들이 말하는 정의가 모두 달랐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개발자는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춰 정의를 내렸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O2O(Online to Offline) 전문가들 역시 저마다 자신의 영역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을 풀어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화 회장과의 만남은 기자의 혼돈을 명쾌하게 정리해 줄 절호의 기회였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4차 산업혁명 전문가다. 관련 저서도 여러 권 출간했다. 지금도 제자들과 함께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선정국과 맞물리면서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 자문을 구하려는 각 후보 캠프의 연락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인간과 융합, 그리고 인공지능
지난 3월 중순 서울 카이스트 소프트웨어대학원에서 만난 이민화 회장에게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이 회장님이 정의하는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인가요?” 이 회장의 설명은 이랬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을 위한 현실과 가상의 융합입니다. 조금 복잡한가요? 간략하게 세 개의 키워드로 정리를 해보도록 하죠. 저는 4차 산업혁명을 인간, 융합,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는 표준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다양한 각도로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고 있죠. 그것이 결코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진 거대한 변화의 담론이거든요.”
이 회장은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을 정리하면서 그저 ‘기술’이라는 단어에 매몰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당신은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부분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사물인터넷(IoT) 같은 특정 기술과 서비스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관점이라는 게 이민화 회장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에도 4차 산업혁명의 실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4차 산업혁명을 단순한 기술 혁명으로 보는 거죠.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을 이뤄내기 위한 일종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핵심은 융합이죠. 기술, 사람, 가상, 현실 등 모든 것을 융합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민화 회장은 융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클라우드(Cloud)’라고 강조했다. 사실 인터뷰가 진행된 약 1시간 여 동안 이 회장은 틈날 때마다 ‘클라우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우선 간략하게 클라우드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클라우드의 사전적 정의는 ‘구름’이다. 하지만 IT업계가 말하는 클라우드는 일종의 중앙 저장소다. 소프트웨어(SW)와 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 컴퓨터에 저장하고,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클라우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웹하드’도 클라우드 서비스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이민화 회장이 클라우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데이터 공유가 융합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3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서버가 있었다면,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는 클라우드가 존재한다”며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근간이 클라우드가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자신이 꼽은 4차 산업혁명의 마지막 키워드인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이전 1~3차 산업혁명이 추구했던 가치가 효율과 관리였다고 정의한 이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선 ‘예측’과 ‘맞춤’이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계산에는 오차가 있을 수 없지만 예측과 맞춤에는 늘 오차가 존재한다”며 “인공지능은 딥 러닝을 통해 최소한의 오차로 예측을 할 수 있는 기술로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과 효율을 융합하라
대한민국은 해방 후 약 70여 년간 고도 압축성장을 구가했다. 그 바탕에는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로 일컬어지는 ‘추격형 전략’이 있었다. 한국형 산업 발전화 모델은 지금도 개발도상국 발전 전략의 롤 모델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추격자 전략의 중심에는 재벌로 통칭 되는 대기업들이 있었다. 그들은 막대한 자본과 투자를 기반으로 개발독재 시대의 국가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이상 추격자 전략이 먹힐 수 없다. 이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추격자 전략이 추구하는 가치는 ‘효율성’과 ‘혁신’이라는 4차 산업혁명의 가치와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이기 때문이다.
이민화 회장은 말한다. “추격자 전략은 저임금, 수직적 통합, 대규모 수출 시장 개척이라는 3대 원가절감 전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삼성전자의 경우 부품 생산에서 완제품 생산까지 수직적으로 통합하는 체계를 마련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됐습니다. 반면 삼성의 가장 큰 경쟁자인 애플의 경우, 부품과 제품 생산을 일체화하지 않고 있어요. 이유는 뭘까요? 수직적 통합을 통한 원가 절감과 효율성 제고 전략을 앞세운 삼성과는 달리, 애플은 혁신 위주의 가치 창출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에는 겨울옷을 입고, 봄에는 봄옷을 입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추격자 전략이라는 겨울옷이 우리 경제의 전반을 짓누르고 있어요. 지금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성공 방정식에서 벗어나 혁신이라는 봄옷을 입어야 할 때입니다.”
이민화 회장은 지금이라도 산업계 전반에서 혁신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문제는 현실이다. 경직된 조직문화를 가진 대기업에선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까닭에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을 주목하고 있다. 유연한 조직문화와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스타트업이 그 장점을 이용해 주도적으로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간과해선 안 될 사실이 하나 있다. 스타트업이 신속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효율을 추구하는 대기업의 전략을 무조건 낡은 것이라고 배척해서는 안된다. 대기업이 추구하는 ‘규모의 경제’ 역시 국가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오로지 ‘혁신’이라는 목표만을 달성하기 위해 접근한다면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


다. 이민화 회장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공존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생태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말한다. “대기업에서 혁신이 이뤄지기 어려운 이유는 ‘만유인력의 법칙’과 유사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조직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통제를 위한 제도와 시스템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모든 제도는 혁신을 저해하게 되죠. 모든 물체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듯,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이 필요하죠. 그런데 주목해야 할 점은 혁신만 추구하다 보면 효율이 생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혁신과 효율이 함께 어우러져야 모든 것을 하나로 융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죠. 대기업의 효율과 스타트업의 혁신이 결합해 수평협력의 생태계가 이뤄지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민화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곧 융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융합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클라우드를 활용한 데이터 선순환과 이와 관련된 규제 완화를 언급했다


4차 산업혁명의 고속도로는 ‘클라우드’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혁신이다. 그리고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것이 바로 ‘규제’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도 규제 철폐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와 철폐가 이뤄지기도 했다. 물론 일각에선 과도한 규제 철폐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무조건적인 규제 철폐가 또 다른 기득권 집단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민화 회장은 규제를 ‘옷’에 비유했다. 날씨에 따라 맞춰 입는 옷처럼 규제도 필요에 따라 입고 벗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규제 강화보단 규제 완화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를 옳고 그름의 관점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구체적으로 비용편익분석을 통해 규제 강화, 혹은 완화가 가져올 편익을 계산하고, 비교 우위가 있는 쪽을 키워나가면 되는 거죠. 하지만 근본적으로 융합이라는 가치와 연결이 끊어지면 4차 산업혁명 혁신은 이뤄지기가 어렵습니다. 모든 제도와 규제는 연결과 혁신을 막는 요소입니다. 저는 국가가 발전할수록 규제는 줄어드는게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와 규제 관련 이야기를 이어가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4차 산업혁명 전문가인 그가 ‘이 규제만은 반드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회장은 질문을 듣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하나의 단어를 언급했다. 바로 ‘클라우드’였다. 그에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클라우드 중심의 데이터 순환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입니다. 클라우드로 데이터가 쉽게 올라가고 또 빠져나올 수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규제가 이를 막고 있습니다. 규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죠. 우선 데이터 수집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현재 국내 개인정보 규제는 수집에 대한 규제입니다. 단언컨데 수집을 막으면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나아갈 수 없어요. 수집이 아닌 활용의 규제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수집된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수집 자체를 규제하면 이런 핵심 기술이 결코 성장할 수 없게 되죠. 수집은 허용하되, 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가 이뤄져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의견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여전히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자신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반감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이러한 편견을 ‘활용에 대한 규제와 제도’로 극복하게끔 하는 것이 정부의 올바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다른 규제인 ‘클라우드 저장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미국과 영국은 ‘클라우드 우선 정책’에 따라 민간과 공공을 막론하고 내부 서버의 클라우드 활용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 국가 기밀정보의 집합소인 국방성에서도 클라우드에 정보를 저장하고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공공기관에서 클라우드를 쓰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를 왜 쓰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보안상의 이유’라고 하더군요. 정말 답답했습니다. 보안 관점에선 오히려 클라우드가 더 안전하거든요. 은행에 있는 금고와 집에 있는 개인금고 중 어떤 것이 더욱 안전할까요? 같은 논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조용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던 이민화 회장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는 규제 당국 자체가 규제의 본질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무슨 의미일까?
“규제 당국자가 문제의 본질을 모른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본질을 알기 위해 고작 하는 것이 이동통신사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이해집단의 의견을 듣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요. 그렇게 하면 구글, 아마존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은 낮아지고, 국내 서비스에 특화된 정책만 나올 수밖에 없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최근 헬스 케어 활성화 차원에서 개인 의료정보를 클라우드에 올릴 수 있게 하는 제도가 마련됐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해선 국가가 정한 12개의 인증을 취득해야 하죠. 물론 인증 내용은 모두 국내 시장에만 특화된 것들이죠. 국내에 특화된 인증을 과연 구글, 아마존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취득하려 할까요? 정부가 국내 기업을 밀어주기 위해 만든 인증이라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잘못된 국수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봐요. 국내 사업자들의 이득을 챙겨주기 위해 전도유망한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막는 ‘소탐대실(小貪大失)’ 제도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에서 4차 산업혁명에 가장 먼저 대응하기 시작한 업계는 바로 이 회장이 ‘국수주의’ 사례로 언급한 이동통신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전략은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이민화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각 업체가 자신만의 독자적인 아성을 구축하려고 한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민화 회장은 “지금 나타나고 있는 전략의 가장 큰 문제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거대 생태계 편입 대신 독자적인 아성을 구축하려 한다는 것”이라며 “추격경제의 산물인 이 같은 전략이 계속될 경우, 4차 산업혁명에서 어느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력하는 괴짜를 양성하라
벚꽃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각 진영의 유력 주자들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공약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기자는 이 회장에게 각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이민화 회장은 한 마디로 ‘간판은 걸었는데 물건은 없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거대 담론만 있을 뿐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구체적인 액션 플랜은 ‘교육’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화 회장에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저는 ‘협력하는 괴짜’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미래 인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창의적인 인재가 괴짜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괴짜들 중에는 독불장군 스타일이 많습니다. 융합과 협력이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독불장군은 결코 뛰어난 결과물을 내기 어렵고요. 괴짜들이 협력을 해야 진짜 훌륭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괴짜를 양성하는 것 못지않게 협력하는 방법도 함께 가르쳐야 합니다. 괴짜 양성과 협력 기술 습득이 어우러진 것이 바로 ‘기업가정신’ 교육이죠. 기업가정신 의무교육은 이미 전세계에서 대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민화 회장의 말처럼 기업가정신 교육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이미 유럽에선 지난 2006년 이른바 ‘오슬로 어젠다’ 이후 초·중·고교 기업가정신 의무교육을 권고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도 지난 2010년 ‘기업가정신 교육선언’을 통해 전 세계에 기업가정신 의무교육을 추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소 늦었지만 2018년부터 정규교육 과정에 기업가정신 분야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민화 회장은 기업가정신 교육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기업가정신은 곧 ‘혁신의 리더십’ 입니다. 혁신이 중심이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업가정신이 시대의 변화를 주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혁신 없는 부는 양극화를, 혁신 없는 분배는 황폐화를 초래하는 법입니다. 지속 가능한 혁신과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는 열쇠는 가치창출과 가치분배의 선순환 리더십인 기업가정신이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다소 이른 화두인 ‘5차 산업혁명’을 슬쩍 꺼내봤다. 일각에서 이미 5차 산업혁명의 밑그림을 제시하며 변화의 양상을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민화 회장이 생각하는 5차 산업혁명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이 회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차 산업혁명은 생존의 욕구, 2차는 편리와 안정의 욕구, 3차는 연결이라는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켰습니다. 4차 사업혁명은 자기표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동안의 산업혁명은 기술 발전 이전에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흘러왔습니다. 자기표현의 욕구가 충족됐다면 다음은 무엇일까요? 저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하는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합니다. 아마도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이 이뤄지겠죠. 또 하나의 특징으론 물질적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입니다. 소유가 아닌 공유의 가치가 높아지듯, 5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최초의 산업혁명이 있기 이전 시대의 가치로 회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3인의 벤처인과 이민화 회장의 4차 산업혁명 Q&A

1. 임세미(3D 패션 디자인 스타트업 ‘클로킹’ 매니저): 주변에서 말하길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디자인도 로봇이 해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디자인은 사람의 직관과 감각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결코 로봇이 대체할 수 없다는 거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답변 부탁드립니다.
이민화 회장: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로봇도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가, 화가, 작곡가 등 수많은 창작가들은 사실 머릿속에 하나의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이 동경하는 모델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아이템을 만들어내죠. 로봇이 디자인과 관련된 모델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현재 인공지능 영역에서 각광 받고 있는 ‘딥러닝(Deep learning)’이 바로 이런 모델을 만드는 기술이기도 하고요.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로봇이 디자인을 할 수는 있지만, 디자이너라는 직업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건 과거 학습 효과에서 나온 건데요. 예전에도 수많은 기술혁신이 있었지만, 일자리가 줄어든 적은 없었습니다. 100명의 농사꾼이 20명으로 줄었다고 해서 80명이 실업자가 된 건 아니잖아요? 겁내지 말고 지금의 일에 열심히 매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결코 로봇이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을테니까요.

2. 이재훈(O2O기반 세탁서비스 ‘두들림’ 운영자):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인공지능, 가상현실 같은 첨단 기술이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저희 같은 O2O 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민화 회장: 무언가 착각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O2O서비스야 말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관통하는 기술입니다. O2O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합니다. 온라인으로 음식을 주문해 오프라인에서 먹을 수 있죠. 이처럼 현실과 가상이 융합되는 것, 그 자체가 바로 4차 산업혁명입니다. 차별화 된 아이템 발굴이 O2O 서비스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인공지능과 관련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 해도 다른 서비스와 차별화되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 없으니까요.

3. 장민제(모바일 게임 개발자): 최근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의 인기 덕분에 증강현실(AR) 기반 게임 개발을 맡게 됐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저희 같은 사람들이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민화 회장: 앞선 분과 마찬가지로 차별화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은 없다고 봅니다. 증강현실의 경우, 이미 대다수 기술 소스가 오픈돼있기 때문에 서비스 개발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질문자가 언급한 대로 콘텐츠입니다. 포켓몬고라는 게임도 사실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개발력만 갖고 있다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수준이죠. 그럼에도 포켓몬고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지적재산권(IP)에 기반한 콘텐츠였습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이를 핵심 기술과 융합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제2의 포켓몬고’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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