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주의 대부분 지역은 현재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5월, 덴버로 이사를 갔다. 그 곳에서 여동생 레베카와 함께 같은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다. 이사를 갔을 때, 지역 주민들은 10월에는 눈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11월 중순까지 아무 것도 오지 않았다. 가을의 강우량은 평년의 절반에 불과했다. 덴버 주에 오기 전에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살았다. 캘리포니아 주는 더욱 가뭄이 극심해서 잔디밭이 갈색으로 변하고 수영장에 물이 없었다. 콜로라도 주는 그 만큼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 그리고 미국의 다른 지역은 캘리포니아나 콜로라도 주보다도 상황이 좋다. 그러나 현재 세계의 많은 지역은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빙하를 녹이고 호수를 마르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시민들이 물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집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일반인들이 물 사용량을 줄인다고 해서 그렇게 큰 물 절약 효과가 나지는 않아 보인다. 매일 미국의 상수도에 흐르는 물의 양은 1조 3430억 리터다. 이 중 가정용으로 쓰이는 물의 비율은 10%가 채 안 된다. 열 전기력이 전체 물의 거의 절반을, 농업용수가 1/3을 차지하고, 남은 물의 대부분은 목축, 수경 재배, 광업 등에 사용된다. 그러나 셔츠 한 장에 들어가는 물이 얼마일지 생각해 본 적이나 있는가? 세탁에 드는 물은 그렇다 치더라도, 셔츠를 제조하기 위해 드는 물은 어느 정도일까? 또한 우리들이 매일 먹는 음식과, 자동차에 쓰는 석유를 제조하기 위해서도 물이 필요하다.
즉, 우리가 생활하기 위해 발생하는 사회의 물 수요는 2420억 리터로, 결코 적은 양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미국 회계감사원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50개 주 중 40개 주의 물 관리자들이 앞으로 10년 내에 자신들의 주가 물 부족 상태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2016년 하반기, 미 본토의 1/3이 경미 내지는 심각한 가뭄을 겪었다. 심각한 가뭄은 광대한 면적에서의 작물 손실, 저수지 고갈, 물 부족 비상사태 등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그래서 한 사람의 물 절약이 이러한 물 부족 문제를 얼마만큼 완화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요인들로 머릿속이 가득한 채로, 커다란 청색 물통을 손에 들고 아파트로 돌아왔다. 그 물통을 거실 바닥에 놓았다. 그리고 온라인 계산기를 사용해 예전에 생각 없이 물을 쓰던 시절에 얼마만큼의 물을 직간접적으로 사용했는지를 계산하고, 그 결과를 표로 작성했다. 그 결과는 일일 4,996리터였다. 미국인 평균 수치는 7,903리터다. 물통을 욕실로 가져가서 이를 욕조 속에 집어넣었다. 물 사용량을 더 줄일 방법이다. 그 다음, 주방으로 갔다.
사람의 몸은 마신 물로 이루어져 있다
필자는 먹는 것을 바꾸면 큰 물 절약 효과가 있음을 알고 있다. 치킨 1kg을 만드는 데는 4,162리터의 물이 든다. 같은 무게의 쇠고기를 만드는 데는 15,323리터의 물이 든다. 계란 하나를 만드는 데도 189리터의 물이 든다. 치즈 225g을 만드는 데는 최대 11,651리터의 물이 든다.
비건(극단채식주의자)이 되는 것이야말로 확실한 해결책이다. 비건에 알맞은 저녁식사 계획을 짜기 위해 첫날 친구인 타샤 아이켄시허를 찾아갔다. 편집자인 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물 사용량 계산기 제작에 참여했다. 그는 몇 가지 지침을 알려주었다. “비건이 되려면 고기도 유제품도 먹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운반에 드는 물 발자국을 줄이려면 모든 식품은 현지 조달한 것이어야 한다.” 일반적인 트랙터 트레일러의 연비는 리터당 2.5km에 불과하다. 그리고 화물이 1km를 전진할 때마다 드는 물의 양은 5.1리터에 달한다. 그리고 더 생각해 둬야할 것이 있다. 아이켄시허는 “단위가 작을수록 버려지는 것도 적다. 요리도 최소한, 포장도 최소한으로 하고, 이뇨제는 먹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알았어.” 그리고 나서 구글에 <가뭄에 적합한 요리법>이라는 검색어로 검색을 했다. 다행히도 텔레비전에 많이 나오는 요리사인 네이선 라이언의 블로그의 태그가 필자의 검색어와 일치했다.
‘계란 없는 샥슈카’ 요리를 골라 보았다. 샥슈카는 톡 쏘는 맛의 토마토와 양파로 된 소스를 부글부글 끓이고, 이 소스로 계란을 졸여 만든 요리다. 그는 계란 대신 아보카도를 사용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이는 물 절약 측면에서 볼 때 별로 현명하지 못하다. 물이 1kg당 1,174리터나 들기 때문이다. 그는 염소 치즈를 사용할 것도 권했지만 염소 치즈는 유제품이다. 그래서 두 가지 안은 모두 기각했다. 대신 토마토와 양파 소스를 빵에 찍어 먹으면 된다.
아이켄시허는 요리법을 손에 들고 <스프라우츠 파머스 마켓>을 찾았다. 덴버의 미니 체인인 이 곳은 목초를 먹여 키운 고기, 팔레오, 기타 식품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가장 좋은 식품을 고르려던 우리의 마음가짐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더 가까운 캘리포니아 산 토마토와, 비가 더 많이 내리는 플로리다 산 토마토 중 어느 것을 골라야 물의 절약 효과가 높을 것인가? 양념을 대량이 아닌 소량으로 구매하면 물의 소비를 줄일 수 있지만, 대신 비닐봉지가 필요하다. 유리병에 든 양념도 있지만 유리병은 무겁기 때문에 운송에 그만큼 더 많은 연료가 든다. 결정 하나를 내릴 때마다 서로 토론을 했다. 물 절약과 기타 환경 보호 요소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저울질 했다.
미네소타 주의 세인트폴에 위치한 매칼리스터 대학의 교수 크리스티 매닝에 따르면 우리만 이런 당혹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매닝 교수는 환경 문제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매닝 교수의 핸드북인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행동의 심리학(원제: The Psychology of Sustainable Behavior)>에 이런 글을 적었다. “사람들은 종종 혼란해서 어쩔 줄을 모르곤 한다. 그들은 ‘옳은’ 일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어떤 것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더 유익한지 확실히 알지는 못한다.”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물을 절약하기 위해 마리나라 용기를 재활용한다 하더라도, 용기를 닦는 데도 물이 필요하다. 합성 섬유는 면에 비해 제조에 물이 덜 필요하다. 그러나 대신 석유를 더 많이 사용한다.
결국 완벽한 선택은 할 수 없다. 그러나 매닝은 언제나 큰 그림을 마음 속에 그리고 최선의 선택을 하라고 조언한다. 그래서 우리는 캘리포니아 산 토마토와, 스푼으로 필요한 만큼 퍼 담는 향신료를 골랐다. 그리고 우리의 선택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 주 내내 아침으로는 주로 오트밀을 먹었고, 저녁으로는 라타투이와 구운 뿌리채소를 먹었다. 점심식사로는 먹다 남은 음식을 먹었다. 이게 어렵다고 하면 안 된다. 비건들은 매일 이렇게 먹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이어트 같은 느낌은 들었다. 음식의 열량이 적어서가 아니라, 사전에 정해 둔 제한사항 내에서 음식을 고르기 때문이다. 필자는 규칙을 깨고 화요일에 치즈버거를 먹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물론 그런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스스로 정한 규칙을 깨고 싶은 마음은 실험 기간 내내 떠나지 않았다.
■ 물 한 통으로 일주일 살아보기 (2)
■ 물 한 통으로 일주일 살아보기 (3)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SARAH SCOLES, PHOTOGRAPHS BY MATT NA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