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G6 카메라 모듈. 1,300만 화소 OIS 일반각 모듈(완쪽)과 1,300만 화소 광각 모듈(오른쪽)/사진제공=LG전자
최근 ‘카툭튀’를 없앤 LG전자의 G 6폰 이 소비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카툭튀는 ‘카메라가 툭 튀어나왔다’는 뜻으로, 이것 때문에 매끈한 모양을 구현하는 데 방해가 됐다. 카툭튀로 인해 카메라에 흠집이 날 확률이 높아지고, 기기를 바닥에 놓고 쓸 때 덜그럭거려 신경이 쓰이게 된다. 스마트폰 디자인을 망치는 주범이지만, 카메라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LG전자는 카툭튀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 개발팀과 디자인 팀의 난상토론을 거쳐, 카메라 모듈에 들어가는 수십 개의 부품을 분해한 뒤, 부품 각각의 두께를 10% 이상 줄여야 하는 힘든 과정이었다. LG전자는 1,300만 화소의 듀얼 카메라를 구현하기도 했다.
카메라 모듈이 어떻게 생겼길래 두께를 고작 0.4㎜ 줄이는 게 이처럼 힘들까? 카툭튀를 없앤 LG전자 개발팀으로부터 카메라 모듈에 대해 들어봤다.
화소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도체 미세공정을 적용해 좀 더 작은 픽셀사이즈를 만들어야 한다. 초창기 이미지 센서의 픽셀 사이즈는 5~6㎛에 달했는데 최근 출시되는 센서는 1.0㎛까지 작아졌다. 픽셀 사이즈가 축소되면 단위 픽셀당 빛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렌즈의 개수를 늘리게 되며, 자동초점액츄에이터(AFA)를 채용하게 됐다. 그런데 전체 카메라 모듈의 두께는 점점 얇아 질 것을 요구받는다. 결국, 두께는 얇고, 성능은 높인 렌즈가 필요해지면서 렌즈 제조업체들의 기술 경쟁이 치열해졌다.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의 구조. 맨 앞에 렌즈 모듈이 있으며 렌즈를 감싸는 AF액츄에이터가 보인다. 이후 적외선(IR)필터와 그 아래에 이미지 센서가 있다.
카메라 모듈은 사진 및 동영상 촬영 시 영상 신호를 전기신호로 변환시켜주는 기능을 수행하는 스마트폰의 필수 부품이다. 카메라 모듈은 렌즈, 자동초점(AF·Auto Focusing) 액츄에이터, 이미지센서, IR 필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소가 높은 카메라 모듈일수록 들어가는 렌즈, 모터 등도 고도의 설계 기술이 요구된다. 또한 자동초점(Auto focus), 손떨림방지(OIS·Optical Image Stabilizer) 등의 새로운 기능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OIS 기능은 사용자의 손떨림을 감지, 렌즈를 떨림의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여 이미지 번짐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용 렌즈는 단품 렌즈가 아닌 경통에 각각의 특성을 가진 몇 장의 렌즈가 조립된 모듈 형태로 공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공개된 애플의 아이폰7 듀얼 카메라에는 6장의 렌즈가 들어가 있다.
카메라폰용 렌즈는 곡률 반경이 일정한 구면 렌즈와 주변부로 갈수록 곡률 반경이 늘어나는 비구면 렌즈로 구분된다. 렌즈에는 중심부와 주변부에서 맺는 초점의 위치가 달라지는 구면 수차(초점 오류)가 발생한다. 적은 수의 렌즈로 구면 수차를 극복할 수 있고, 색 분산이 적으며, 주변부의 시야 흐림이 없는 비구면 렌즈를 많이 사용한다. 렌즈의 재질로는 유리와 플라스틱으로 나뉘는데, 제조원가가 싼 플라스틱 렌즈가 카메라폰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렌즈 생산의 핵심기술은 광학 설계, 금형가공, 조립생산, 광학검사 기술 등이 있다.
화소가 높아질수록 모듈 1개당 탑재되는 렌즈 개수를 늘려 구면수차를 개선시킨다. 높은 화소일수록 렌즈 모듈 생산 난이도가 높고 생산 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 어려워진다.
렌즈를 감싸고 있는 것이 바로 자동 초점(AF) 액츄에이터다. AFA는 렌즈의 위치를 최적 초점 위치로 이송시켜 주는 자동 초점 구동장치로 촬영 시 피사체를 확대하거나 축소하여 선명하게 나오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최근 스마트폰 카메라의 화소수가 증가하거나 기능이 좋아지면서 AFA의 채용률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OIS 기능이 추가된 AFA를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하이엔드 스마트폰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AFA는 크게 VCM(Voice Coil Motor), 엔코더(Encoder), 피에조(Piezo) 방식으로 나뉜다.
VCM 방식은 전자석에 의한 로렌츠 힘으로 렌즈의 상하 움직임을 유도하는 원리다. VCM 방식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구동 거리가 짧아 정밀한 제어 능력이 떨어진다. 엔코더 방식은 위치 센서를 통해 렌즈의 위치를 파악하여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다. 5개의 베어링과 코일, 축을 이용한다. 피에조 방식은 압전체에 전류를 흘렸을 때 발생하는 상태 변화를 이용해 고정자와 회전자의 마찰력을 통해 렌즈를 구동한다. 화소 수가 증가하면 기존 VCM 방식으론 구현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최근 1,300만 화소, 1,600만 화소의 카메라에 적용되는 AFA는 여전히 VCM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VCM에 자기 스프링과 볼을 적용한 엔코더 방식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1.4㎛ 듀얼 픽셀 을 이용한 1,200만 화소 이미지 센서. 하나의 화소에 두 개의 포토다이오드가 집적되어 있어, 사람이 양쪽 눈을 이용하는 것처럼 두 빛 간 거리를 조절해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카메라 모듈 아래쪽에 있는 이미지센서는 피사체 정보를 전기적 영상 신호로 변환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미지 센서는 상보형금속산화반도체(CMOS)와 전하결합소자(CCD)센서로 구분한다. CMOS는 각 픽셀에서 바로 전기 신호로 변환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회로 집적도가 높고, 주변 회로와의 통합이 가능하며 전력 소비를 CCD에 비해 1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반도체 표준 공정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 가격이 CCD의 4분의 1에 불과한 것도 장점이다. 반면 CCD는 낮은 광량에서도 화질 및 감도가 우수하고 고화소 제품 구현이 쉽다. 최근 CMOS가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CCD 수준의 화질을 구현하게 됐다. CMOS는 모바일기기에 적합해, 현재 모바일 카메라 모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대부분 스마트폰은 3분의 1인치 크기의 작은 이미지 센서를 쓴다. 최근에는 이보다 조금 더 큰 2.6분의 1인치 크기의 센서를 쓰고 있다. 쌀 한 톨 크기에 1,600만 화소를 담는 셈이다.
적외선차단(IR)필터는 적외선을 차단하고 가시광선만을 투과시켜 이미지 센서의 영상을 자연스럽게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380~780nm의 파장이 가시광선인데, 보통의 사람 눈이 볼 수 있는 빛의 영역 대이다. 하지만 이미지센서는 가시광선보다 약간 더 높은 근적외선 영역(800nm~1,000nm)의 빛도 볼 수 있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띠는 화면이 나오게 된다. 근적외선을 걸러줘야 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IR 필터다. IR 필터는 이미지 센서 바로 위, 렌즈의 하단에 부착된다. IR 필터는 적외선 부분을 반사해 필터링하는데 이때 반사된 적외선이 렌즈에 다시 반사되어 센서로 들어오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영상의 중심부와 주변부의 색 감차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블루 필터를 쓴다. 블루 필터는 적외선 빛을 흡수하여 색 감차 발생 문제를 해결했다.
이미지 센서에서 획득된 영상에는 화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이미지 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미지를 처리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이미지 시그널 프로세서(ISP)라고 한다. ISP에서는 렌즈 등의 광학계 보정 처리나 이미지 센서의 편차에서 발생하는 결함 보정 등을 화소 단위에서 처리하게 된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이미지 처리 개념도.
카메라 모듈은 고화소로 빠르게 진화하면서 일반 디지털카메라와 비슷한 성능까지 올라섰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DSLR(Digital Single-Lens Reflex) 카메라를 따라 잡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이다.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카메라를 보면, 대부분 2,000만 화소에 근접할 정도로 고해상도를 자랑한다. DSLR 카메라가 2,000~3,000만 화소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화소 수가 비슷하다고 DSLR급이 될 수는 없다. DSLR의 장점은 렌즈와 센서의 크기다. DSLR은 경통 내의 렌즈들이 이동하면서 배율(초점거리)에 맞는 상을 만든다. 반면 스마트폰 카메라는 화면 범위를 확대해 후처리하는 디지털 줌을 사용한다. 또 스마트폰 카메라는 빛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미지센서 크기도 작다. 그래서 큰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와 비교하면 고감도에서 맥을 못 춘다.
하지만 스마트폰 카메라가 진화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언제나 간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좋은 화질로 일상을 찍고 함께 볼 수 있으니 더욱 그렇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