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시즌 마지막 엘클라시코서 웃었지만...'신들의 전쟁'은 지금부터

■ 메시
레알전 동점·역전골...팀승리 견인
챔스리그 8강전 부진 훌훌 털어내
시즌 31골로 리그 득점왕 예약
■ 호날두
8강 2경기서 5골 기세 몰아
'11골 메시' 넘어 챔스득점왕 도전
리그·챔스 동시제패 '더블'도 노려

리오넬 메시가 24일 레알 마드리드와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 종료 직전 결승골을 터뜨린 뒤 관중석 앞에서 유니폼을 들어보이고 있다. /마드리드=펜타프레스연합뉴스
경기가 풀리지 않자 답답해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마드리드=AP연합뉴스


지난 20일(한국시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리오넬 메시(30·바르셀로나)는 유벤투스를 상대로 단 1개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챔스 데뷔 후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 이때만 해도 현존 최고 축구선수를 다투는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레알 마드리드)의 올 시즌 승자는 호날두일 것 같았다. 호날두는 메시가 무득점에 그친 8강 2경기에서 해트트릭을 포함해 5골을 몰아쳤다.

바르셀로나가 탈락한 챔스에서 레알은 4강에 진출한 상황. 호날두는 메시(94골)에 앞서 챔스 본선 100골의 1호 주인공이 됐고 올 시즌 챔스 득점왕마저 뺏을 기세다. 이 부문 1위는 11골의 메시지만 득점을 보탤 기회가 사라진 터라 7골의 호날두에게 더 관심이 집중됐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역시 선두 레알의 우승 확률이 훨씬 높아 보였다. 레알은 24일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의 엘클라시코(레알-바르셀로나 라이벌전)에서 리그 우승에 쐐기를 박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메시와 호날두 간 ‘신의 대결’은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2선 공격수로 나선 메시는 이날 후반 막판 수비가 문전에 몰린 사이 페널티박스 외곽에서 달려들며 논스톱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꽂았다. 슈팅이 골라인을 넘어선 시간은 정확히 91분47초. 추가 시간 2분 소진에 10여초를 남기고 터진 ‘극장골’이었다. 2004-2005시즌 바르셀로나 1군 데뷔 후 메시의 공식대회 500번째 득점이기도 했다. 3대2 바르셀로나의 역전승.
메시는 앞서 0대1로 뒤진 전반 33분에는 순간적으로 수비 2~3명을 제치고 동점골을 넣었다. 전반 20분 마르셀루의 팔꿈치에 얼굴을 맞아 피를 쏟고는 거즈를 물고 뛰었던 메시다. 메시는 31골(8도움)로 리그 득점왕 굳히기에 들어갔다. 2위는 24골(12도움)의 팀 동료 루이스 수아레스, 3위가 19골(6도움)의 호날두다.

바르셀로나는 네이마르가 출전정지 징계로 결장했지만 상대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가 후반 32분 메시에게 태클을 하다 퇴장당하면서 수적우세를 안았다. 이후 후반 40분 하메스 로드리게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뒤 그대로 끝날 것 같던 경기를 메시는 기어이 승리로 마무리했다. 극장골 뒤 관중석 앞으로 달려간 메시는 유니폼을 벗어 등번호 10번을 보이며 자신이 최고 에이스임을 공표했다. 그라운드에 그대로 드러눕는 레알 선수들 사이로 호날두도 푹 숙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날 호날두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슈팅이 거의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거나 빗맞았다.

시즌 마지막 엘클라시코는 이렇게 막을 내렸지만 호날두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 리그와 챔스를 제패하는 ‘더블(주요 대회 2관왕)’에다 챔스 득점왕 정도면 크게 부러울 게 없을 것이다. 리그 득점왕이 유력한 메시는 리그와 코파델레이(스페인 국왕컵) 우승을 두드린다. 챔스 득점왕은 앉아서 기다려봐야 하는 입장. 바르셀로나는 이날로 23승6무4패(승점 75)를 기록해 리그 선두로 올라섰다. 물론 한 경기를 덜 치른 2위 레알(23승6무3패·승점 75)이 아직은 유리하지만 챔스 일정까지 소화해야 해 유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바르셀로나는 레알이 8강에서 탈락한 코파델레이의 결승에도 진출해 있다. 이 경기는 리그 종료 뒤 열린다.

루이스 엔리케 바르셀로나 감독은 “레알이 한 경기를 더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리그 우승 경쟁은 마지막까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네딘 지단 레알 감독은 “오늘 패배로 달라진 것은 없다. 우리 자신에 대한 믿음은 변함없다”며 리그 제패를 자신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