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중심의 대형주 장세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이 장내 회사채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지루한 박스피 장세에 개인투자자들은 ‘고위험·고수익’ 투자전략으로 투기등급 회사채에 거래를 집중하고 있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쉽게 회사채를 거래할 수 있는데다, 연 4~5%의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자 한진해운·대우조선해양에 이어 또 다른 ‘개미지옥’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장내 일반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거래대금은 8,666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약 33%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 2·4분기(9,727억원)를 제외하면 최근 2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번 달 들어서도 이미 지난 21일까지 2,240억원이 거래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이 장기 박스권을 이어가며 채권시장에서 투입자금을 늘리기 시작했다. 전체 장내 회사채 거래대금은 2015년 1·4분기 2조286억원에서 올해 1·4분기 1조7,110억원으로 감소했으나 개인 거래대금은 같은 기간 7,049억원에서 8,666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전체 시장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4분기 34%에서 전 분기 51%로 크게 증가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은행 이자가 낮고 주식시장이 박스권 내에서 등락을 거듭하자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대안으로 채권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손쉬운 거래 방식도 투자를 부채질했다. 장내 채권은 거래 방식이 주식거래와 동일하다. 증권사에 위탁계좌만 개설하면 HTS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으로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회사채뿐 아니라 국채·지방채·특수채 등 모든 채권 거래도 가능하다. 특히 투자자들은 주로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며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선호한다. 24일 일반 회사채 장내 거래 중 거래대금이 높은 일반회사채는 AJ네트웍스(BBB+), 아시아나항공(BBB-), 대한항공(BBB), 동국제강(BB+) 등 수익률이 4% 이상이면서 신용등급이 ‘투자등급 하단’이거나 ‘투기등급’ 수준인 채권이 많았다. 개인들이 회사채 투자도 주식투자처럼 단타 매매하는 경우가 많아 부실기업도 단기적으로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 투자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은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 비대칭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 같은 투자 방식은 자칫 기업이 파산할 경우 막대한 원금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 2~3년간 기업 재무구조에 위험성이 제기됐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투자가 이어졌고 결국 정리매매 시작 이후 가격이 액면가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 만기 이후 상환 여부마저 불투명해졌다. 전문가들은 투자 손실의 책임은 개인이 질 수밖에 없는 만큼 투자에 신중할 것을 조언했다. 국내 한 증권사 채권담당 브로커는 “최근 조선·해운 업체의 유동성 위기가 부각될 때 정부에서 반드시 살려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해당 기업의 회사채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이 많다”며 “정보가 많은 기업 관계자나 기관은 이미 차익을 실현했을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부도로 이어지면 원금 대부분을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