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유커 사드 위기 극복 나선다] <4·끝> '남과 다른' 남이섬의 관광저력..."쇼핑 대신 다양한 콘텐츠·배려…무슬림 사로잡은 '힐링의 섬'"

온 나라가 유커 모시기 혈안일 때
할랄 음식점·이슬람 기도실 마련
동남아·무슬림 관광객으로 북적
강가서 모터보트타고 '봄 꽃맞이'
타악·사자놀이 보고 책 만들기도
K팝·쇼핑 일색 관광문화 재발견

매년 열리고 있는 남이섬의 대표적인 문화행사인 세계책나라축제. /사진제공=남이섬


#지난 주말 오후 강원도 춘천시 남이섬 입도 선착장에는 히잡을 쓴 무슬림과 동남아 관광객, 내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이한 건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 외에 가족 단위 외국인 관광객들이 상당히 많이 눈에 띄었다는 점. 지금껏 한국을 3번 방문했는데 올 때마다 남이섬을 찾았다는 싱가포르에서 온 벤(32) 씨는 “한국을 가면 꼭 남이섬에 가보라는 친구의 추천을 받고 5년 전 처음 남이섬에 왔다”며 “곳곳에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을 배려한 모습이 많아 편안한데다 가족과 와서 체험할 것이 많고 자연 친화적으로 잘 조성되어 있어 하루 종일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도 피곤하지 않다”고 말했다.

남이섬이 최근 중국의 사드 역풍의 무풍지대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남이섬이 집계한 외국인 관광객 통계에 따르면 중국 단체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긴 지난 3월 중국 관광객 수는 정확하게 2월의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 관광객은 지난달과 비슷하거나 20~30% 가량 더 늘었다. 지난해 이 곳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20개국 130만 명. 이 중 절반이 동남아 관광객이다. 한국의 온 산업계가 유커에 집중할 당시에도 남이섬은 할랄 식당 운영 등 다양한 관광객 스펙트럼을 보유하고 있었다. 정재우 남이섬 홍보팀장은 “심지어 중국 정부의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민간 기구가 남이섬을 한국 대표 관광지로 추진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남이섬의 비결에 대해 △ 다국적 관광객 배려와 △ 다양한 문화콘텐츠 등을 핵심 이유로 꼽았다.


◇무슬림 등 관광객을 위한 배려=두 아들(10살·13살)과 아내와 함께 말레이시아에서 왔다는 하산(41 )씨는 “남이섬은 모든 것이 따뜻하다”며 “곳곳에 말레이시아 국기가 보여 친근하다”고 말했다. 남이섬에는 중국과 대만 국기 외에도 우리가 잘 모르는 몰도바·팔레스타인 국기도 걸려있다. 서울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대만 국기를 남이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 대만 대사는 이 곳에 올 때마다 울컥한다는 전언이다.

특히 매년 갈수록 늘어나는 무슬림을 위한 배려는 2014년 할랄 공인인증 음식점 ‘아시안패밀리레스토랑 동문’과 한번에 13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이슬람 기도실 ‘무솔라’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스윙카페’와 ‘북카페’에서는 할랄 인증을 받은 냉동생지를 프랑스에서 공수해 직접 구워 판매하기도 한다. 이것이 기폭제가 돼 무슬림 관광객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무솔라에 기도하러 왔다는 인도네시아 여성은 “다른 나라를 여행해도 곳곳에 무솔라가 있는데 관광지인 섬에도 기도실이 있어서 여행을 해도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필요 이상의 편의시설이 없는 것도 ‘배려’라는 게 남이섬 측의 설명이다. 관광객의 객단가를 묻자 전명준 남이섬 대표는 “서비스에는 원가가 없다. 객단가를 따지게 되면 관광지로서의 진정성을 잃어 버리게 된다”며 “남이섬의 목적은 이 곳을 찾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함께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콘텐츠도 인기=남이섬을 하루만 찾았다가는 돌아갈 때 아쉬운 발걸음을 하기 일쑤다. 야외무대에서는 ‘퓨전타악그룹·벽사진경 사자놀이’ 등 공연이 열리고 그림책을 읽고 만드는 체험이벤트, 유리공예 이벤트 등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다채롭다.

자전거를 타고 곳곳을 돌며 힐링의 시간을 가져도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좋은 공기만 마셔도 많이 얻고 가는 기분이 든다. 강가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막 도래한 봄바람을 맞아도 좋고 단풍 숲, 수양벚나무숲, 자작나무숲, 잣나무숲, 메타세콰이어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남이섬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전 대표는 “언제까지 K팝이나 쇼핑에 의존한 관광이 존속할 수 있겠냐”며 “자연스러운 문화 활동과 콘텐츠가 영속성을 가진 대표 관광상품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남이섬 측은 강원도청과 함께 100년 관광대계를 위해 쁘띠프랑스, 아침고요수목원 등 일대 관광지와 함께 ‘북한강관광벨트’를 조성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남이섬=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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