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업 '코스메슈티컬'에 빠지다

"제2 바이오이펙트"…바이오기업, 앞다퉈 진출
기술력 뿐만 아니라 유통·마케팅에도 공들여

바이오 기업들이 코스메슈티컬(화장품+의약품)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기술력만 강조하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한편 마케팅에도 공을 들이며 전략적으로 소비자를 파고드는 모습이다. 업계는 신약개발 기업들의 기술력과 화장품 한류 붐을 일으켰던 경험이 맞물리면 ‘제2의 바이오이펙트’ 같은 글로벌 코스메슈티컬 브랜드의 탄생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포치료제 전문기업 테고사이언스는 최근 화장품 개발·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자회사 ‘큐티젠랩’을 설립,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액트 원 씬 파이브(ACT I SCENE V)’를 내놓았다. 테고사이언스가 화상 환자 피부 재생을 목적으로 개발한 국내 최초의 동종 유래 피부줄기세포 치료제 ‘칼로덤’의 핵심 기술력과 노하우를 화장품에 적용해 코스메슈티컬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포부다. 이 회사는 기술력뿐 아니라 소비자 감성을 공략할 제품 패키징이나 브랜드를 만드는 데도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피부에 좋은 제품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감성·디자인 측면에서도 마음에 들 필요가 있다고 봤다”며 “현재 첫 제품 ‘오펠리아’를 출시했으며 조만간 다른 여배우·여주인공의 이미지를 빌려온 새로운 라인과 천연 원료를 활용한 중저가 천연 화장품 브랜드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헬스케어 그룹 휴온스의 제약 연구개발(R&D) 전문 자회사 휴메딕스 역시 올해부터 화장품 사업의 고삐를 바짝 쥐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사 주력 제품인 히알루론산 필러 ‘엘라비에’의 브랜드를 활용,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기능성 화장품 제품을 올해 중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라며 “제품력뿐만 아니라 국내외 병·의원 및 홈쇼핑 등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코스메슈티컬’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휴메딕스는 올해 초 의약품 수준의 철저한 무균 공정을 거친 기능성 화장품 ‘엘라비에 무균 화장품 3종’ 세트를 선보였으며 4월에도 ‘엘라비에 필러’와 동일한 성분을 담고 있는 프리미엄 마스크팩 3종을 출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중견제약기업인 동구바이오제약 역시 국내 피부과 처방 1위 전문의약품을 공급한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자체 브랜드 ‘셀블룸’을 출시하고 화장품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셀블룸’은 줄기세포배양액과 천연 추출물로 피부 보호·재생 효과를 주는 코스메슈티컬 제품으로 5월부터는 아시아나항공 기내 면세점에도 입점하는 등 유통 채널을 넓혀가는 중이다.

신약개발 바이오기업들이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내놓고 시장에 뛰어든 것은 최근 몇 년간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이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성공 사례는 별로 없다. 신약 개발 진행 중에 잠시 외도하는 듯한 태도로 화장품을 출시하면서 시장에서도 신뢰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ORF제네틱스의 생명공학기술을 바탕으로 2009년 출시된 스킨케어 브랜드 ‘바이오이펙트’가 글로벌 뷰티 시장을 강타하는 등 바이오 코스메슈티컬의 성공 사례가 속속 등장하자 국내 기업들의 태도도 확 달라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코스메슈티컬 시장 규모는 총 35조원에 이르지만 국내는 아직 5,000억원대에 머무르는 등 걸음마 단계”라며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결합해 매진한다면 세계적인 브랜드의 탄생도 꿈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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