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보안관’ 부산 싸나이들의 정취..“마, 순박하게 살아있네!”

‘이 아재가 그 아재 맞는교?

배우 이성민이 ‘아재파탈’을 물씬 풍기며 찾아왔다. 그간 친근하고 수더분한 매력을 자랑하던 그가 영화 ‘보안관’(감독 김형주)을 통해 잠재된 테스토스테론을 폭발시켰다.

최근 한국 극장가를 사로잡은 장르는 심오한 범죄물이 다수였다. 하지만 이 영화, 확실히 다른 정취를 풍긴다. ‘보안관’은 기존의 장르물을 비틀어 오지랖 넓은 ‘부산 아재’의 좌충우돌 맹활약을 담았다. 주축 이성민의 열혈 넘치는 ‘오지라퍼’ 연기가 맛깔나고 경쾌하게 극을 꾸민다.



‘보안관’은 부산 기장을 무대로,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는 오지랖 넓은 전직 형사가 서울에서 내려온 성공한 사업가를 홀로 마약사범으로 의심하며 벌어지는 로컬수사극.

지금껏 드라마 ‘브레인’, ‘골든타임’, ‘미생’, ‘기억’과 영화 ‘변호인’, ‘방황하는 칼날’, ‘군도: 민란의 시대’ 등을 통해 ‘신뢰의 아이콘’으로 각인된 이성민이 이를 바탕으로 ‘보안관’에서는 보안관을 자처하는 오지랖 넓은 부산 기장 토박이 대호 역을 맡아 연기했다. 기존 ‘신뢰’의 이미지는 안고 가되, 과거의 깊은 진중함을 탈피해 이번에는 정의에 이글이글 타올라 과할 정도로 열정을 불사르는 인물을 선보인다. 본인은 진지하게 사명감을 쏟아내지만, 정작 보는 이들에게는 이 오버스러움이 코믹하게 느껴진다.


영화의 유쾌하고 통쾌한 분위기에 걸맞게 이성민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외모와 연기로 완벽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자율방범대 컨테이너를 아지트로 동네 반백수 남자들을 거느리고 대소사를 관장, 기장의 평화를 수호하는 자칭 보안관 대호는 불타는 가슴만큼이나 화끈한 패션으로 애티튜드를 자랑한다. 쫙 붙는 쫄티에 금목걸이를 걸쳐야 했던 이성민은 탄탄한 근육과 구릿빛 피부를 만들어 데뷔 이래로 가장 강한 남성미를 장착했다. 폼생폼사인 대호답게 모터보트와 제트스키를 타고 부산 기장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에서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보안관’의 재미는 이성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남남케미’에도 있다. 그간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검사외전’으로 ‘남자’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 본 영화사 월광과 사나이픽처스는 이번 ‘보안관’에서도 남자들의 세계, 더 나아가 ‘아재들의 세계’를 면밀히 파헤쳤다. 부산 기장을 배경으로 정감과 낭만을 일깨워 로컬수사극이라는 이색 장르를 완성시킨 것은 이 영화만의 강점이다. 영화 ‘영웅본색’을 즐겨보는 대호와 그의 처남 덕만(김성균)의 투샷은 더할 나위 없이 순수해 보인다.

대호와 덕만은 마치 ‘셜록과 왓슨’을 연상시킨다. 오지랖 보안관 대호 옆에는 항상 그의 처남이자 수사극의 유일한 조수 덕만이 함께해 ‘덤 앤 더머’ 매력과 ‘의리’ 사이를 오간다. 덕만 역의 김성균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선보인 개성강한 연기를 이번에도 장점으로 끌어왔다. 특유의 귀여움과 능청스런 매력으로 기지를 발휘, 이성민과의 ‘꿀 케미’를 만들면서 ‘꿀 재미’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한다.

반면 대호가 경계하는 대상, 서울에서 온 성공한 사업가 종진 역은 조진웅이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극 초반 기장의 아재들과는 전혀 다르게 말끔한 수트 패션, 겸손한 태도로 ‘신사’ 이미지를 구축하다가 점차 대호와 대립각을 이루는 과정까지 입체적 단계를 수월하게 소화한다. 특히 극 후반에 보이는 이성민과의 치열한 접전에서 ‘끝까지 간다’의 묵직한 타격감이 다시금 느껴지는데, 조진웅만의 강한 괴력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순간이다. 그만큼 ‘1:다’의 상황임에도 위협적 존재로서 충분히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그 밖에도 동네 맏형 용환 역의 김종수, 행동대장 선철 역의 조우진, 순박한 덩치 강곤 역의 임현성, 입만 열면 깨는 춘모 역의 배정남까지 구수한 부산 사투리에 정감 넘치는 허당 면모로 토박이 앙상블을 펼쳤다. 순박한 웃음의 시너지가 빈틈없는 재미로 완성된 ‘보안관’은 특유의 정서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5월 3일 개봉.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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