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25일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여성신문 및 범여성계 연대기구 주최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연합뉴스
“당사에 야전침대를 놓고 모든 숙식을 사무실에서 처리하겠다.”
지난 2012년 김무성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 중앙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한 일성이다. 김 의원은 야전 침대에서 눈을 붙이며 24시간 공보캠프를 운영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5년이 지난 지금 김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 의원들이 같은 당의 유승민 대선 후보의 중도 사퇴를 내세우고 있다. 당 안팎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집권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지적과 더불어 서운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25일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첫날 선대위 발대식을 제외하고 김 의원이 유세 현장에도 잘 오지 않았다”며 “TV 토론회 이후 유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오히려 김 의원이 발목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에 정치권에서는 5년 전과 다른 정당의 현실을 꼽고 있다.
집권여당으로서 박 전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 의석수 33석에 그치는 데다가 유 후보의 지지율이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당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를 고려할 때 연대 및 단일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바른정당을 창당할 때부터 ‘동상이몽’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창당 배경을 놓고 새로운 보수 정당을 내건 의원들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영입해 대선 후보로 내세우려 한 의원들 간 의견 차가 크다. 반기문 전 총장 대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로 바뀐 것일 뿐 이들 간 간극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바른정당 의원총회 이후 김 의원은 “문재인은 막아야겠다는 애국적인 생각으로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했다”며 “하는 데까지 하겠다”고 피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선 과정에서 바른정당 내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무성계로 분류되는 김성태 바른정당 의원은 이날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리멸렬한 지지율로 대선에서 패배하면 당의 존립과 후보 자신이 져야 할 엄청난 책임의 결과를 본인도 감당 못 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유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김용철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는 “본인은 완주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주의 절차를 거쳐 뽑은 대선 후보를 중간에 지지율이 낮다고 철회하려고 할 경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