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을 왜 팔았을까.’
SK텔레콤(017670) 안팎에서 로엔엔터테인먼트(멜론) 매각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음성인식 스피커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자체 음원 서비스가 없으면 ‘남 좋은 일’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는 각각 ‘누구’와 ‘기가지니’라는 AI 기반 스피커를 출시했고, LG유플러스(032640)도 곧 유사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이통사들은 음성 인식도가 높은 음악 콘텐츠를 앞세워 AI 초기 시장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도 KT의 자회사 지니뮤직에 267억원을 투자하는 등 적극적이다.
SK텔레콤도 카카오의 자회사인 로엔을 통해 ‘누구’의 음악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런데 로엔은 SK텔레콤의 손자회사였다. 4년 전 SK텔레콤은 선택을 강요받았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1,300억원을 주고 로엔의 지분 100%를 인수하거나 보유주식을 전량 팔아야 했다. SK텔레콤은 인수 대신 매각을 선택했다. 홍콩계 사모펀드는 로엔을 인수한 후 3년 뒤 카카오에 매각해 1조2,000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SK텔레콤으로서는 씁씁한 일이었다.
그런데 AI 생태계 전략에 음원 서비스가 핵심적 역할을 맡게 되면서 안타까움이 더 커졌다. ‘누구’를 통해 음악을 들으려면 멜론 서비스에 별도로 가입해야 한다. 결국 ‘누구’ 판매량이 늘수록 로엔의 수익이 커지는 구조가 됐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도 “지금 있었으면 괜찮았을 몇몇 사업 부분을 매각해 아쉽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멜론은 현재 확고한 1위 사업자다. 지난해 4·4분기 코리안클릭 기준의 월평균 순이용자(UV)는 663만명으로 지니(204만명), 벅스(122만명), 엠넷닷컴(118만명)을 크게 앞선다.
최근 SK텔레콤이 ‘탈(脫) 로엔’ 행보에 나섰다. 지난해 9월 NHN벅스와 제휴해 ‘벅스 익스트리밍’을 출시하고, 올해부터 멜론 서비스를 할인해 주는 ‘티플 멤버십’의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카카오가 자체 AI 개발에 나서면서 사업영역이 겹친다는 점과 멜론 중심의 사업전략을 수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만 해도 5위권이었던 지니뮤직이 2위 사업자가 됐을 정도로 이통사가 음원업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며 “충분한 실탄과 시장지배력을 갖춘 SK텔레콤이 언제까지 멜론의 독주를 지켜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