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세포 제거해 '무병장수' 이룬다

국내 연구진은 노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의약 후보 물질인 약물 UBX0101을 발굴했다. 후보물질을 유전자 변형 생쥐에 투입하자, 퇴행성 관절염이 완화됐다. /사진제공=UNIST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모두 늙는다.

이 과정에서 세포도 함께 노화해 신체조직과 장기 등에 쌓인다. 노화세포의 축적은 만성 염증 반응이 생기는 원인으로 주변 조직과 세포도 쉽게 손상시킨다. 결국 생체조직의 재생능력이 떨어져 암이나 치매, 당뇨병, 관절염 같은 다양한 퇴행성 질환을 유발한다.

인류 최대의 꿈인 ‘무병장수’를 실현할 과학적인 방법이 제시됐다. 우리 몸에 쌓인 노화세포를 제거해 신체 조직의 재생능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UNIST 자연과학부 화학과의 김채규 연구교수는 국제 연구진과 공동으로 노화 세포를 제거해 퇴행성 관절염을 완화시키는 기술과 후보 약물을 개발해 ‘네이처 메디신’ 24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네이처 메디신은 기초 의과학 분야에서 저명한 국제학술지다.

김채규 교수는 “축적된 노화세포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면 몇 가지 퇴행성 질병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고됐다”며 “퇴행성 관절염에 걸린 생쥐를 이용해 노화세포를 제거하면 생체 재생 능력이 회복된다는 걸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우선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서 나온 노화 세포를 배양시켰다. 그런 다음 평면이나 입체로 자라난 노화세포에 다양한 약물을 투여해 성능을 평가했다. 그 결과 노화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후보 물질(UBX0101)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물질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유전자 변형 생쥐로 확인됐다.

이 생쥐는 체내 노화세포가 있으면 빛으로 표시할 수 있다. 연구진은 수술을 통해 이 생쥐에게 퇴행성 관절염을 발생시킨 다음, 후보 물질을 투여했다. 그러자 노화세포가 제거됐고 생쥐의 퇴행성 관절염도 완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유전자 변형 생쥐는 특정한 화합물(AP20187)을 투여하면 노화 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 이 생쥐에게는 노령기에 약물을 투여해 노화세포를 제거했다. 그 결과 약물을 투여하지 않는 생쥐보다 건강한 상태를 유지했다.

김채규 교수는 “이번에 밝혀진 연구 결과는 암, 치매, 당뇨병과 같은 다양한 노인성 질환에 적용할 수 있어 인류의 꿈인 ‘무병장수’에 접근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김채규 교수와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의 전옥희 박사가 주저자로 참여했다.

노화세포를 표적으로 삼는 약물 스크리닝 방법과 발굴된 후보 약물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생명과학 스타트업 기업인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에 기술이전이 완료됐다. 이 회사는 작년 10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대표와 페이팔의 창립자 피터 틸 등의 벤처 캐피탈에서 1억 1,600만 달러(한화 1,3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후보 약물의 전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며, 올해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을 상대로 임상 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김채규 UNIST연구교수./시진제공=U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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