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표절 논란이 큰 충격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걱정말아요 그대’가 그동안 세대를 아우르며 사람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주었던 곡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걱정말아요 그대’의 표절논란은 그 자체만으로 ‘배신을 당한 기분’이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만큼, 표절여부와 상관없이 이에 따른 타격과 파급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혼란한 대한민국에 위로 건넸던 ‘걱정말아요 그대’
사진=페이퍼 크리에이티브
표절의혹의 중심에 선 ‘걱정말아요 그대’는 지난 2004년 11월 4집 앨범 ‘전인권과 안 싸우는 사람들’의 타이틀곡으로 발표된 노래다. 당시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걱정말아요 그대’였지만 2013년 전인권이 들국화 멤버들과 함께 ‘들국화’라는 이름의 앨범을 통해 본인의 노래를 리메이크하면서 팬들 사이 널리 알려진 명곡으로 꼽히기도 했다. ‘걱정말아요 그대’가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슈퍼스타K6’에서 곽진언과 김필이 오디션곡으로 부르면서부터였다. 이후 2015년에는 이적이 부른 리메이크 버전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OST로 삽입되면서 그야말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뒤늦게 ‘걱정말아요 그대’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서정적인 멜로디에 어우러진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라고 시작되는 가사가 1980년대 이웃과 가족의 정과 사랑을 그렸던 드라마 속 ‘응답하라 1988’의 분위기와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버렸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등의 가사는 여러 가지 문제들로 혼란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져주기도 했다.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는 이후 각종 음원사이트를 점령했고, 이후 한동안 상위권을 지키면서 그 인기를 입증하기도 했다. 이후 ‘걱정말아요 그대’는 광화문 촛불집회와 JTBC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 말아요 그대’를 상징하는 곡으로 쓰일 정도로 사랑을 받아왔다.
◇ ‘걱정말아요 그대’ 표절논란…남은 것은 상처 뿐
사진=‘걱정말아요 그대’ 재킷사진
하지만 이 같은 위로를 주었던 ‘걱정말아요 그대’가 표절의혹에 휩싸였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가 독일 그룹 블랙 푀스가 1970년대에 발표했던 ‘Drink doch eine met’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은 SNS와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고, 표절 혹은 번안곡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코드 진행을 비롯해 멜로디 등 모든 것이 흡사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실제 두 곡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무척이나 닮아있다. 먼저 나온 ‘Drink doch eine met’를 전인권이 듣고 자신의 스타일로 편곡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흡사했고, 이에 따라 일부 누리꾼들은 “전인권이 ‘Drink doch eine met’를 무의식적으로 표절한 것이 아니냐. 포인트 부분이 똑같다. 전인권이 이 곡을 몰랐다고 하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중음악평론가는 “표절이라는 것이 친고죄(범죄의 피해자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인 만큼 ‘표절이다 아니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두 곡 모두 코드 진행이나 멜로디의 유사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평론가 역시 두 곡의 유사성을 인정하면서도 13년 전에 발표했던 곡이 뒤늦게 표절의혹에 휘말린 것에 대해 “표절논란은 역설적으로 ‘걱정말아요 그대’의 인기를 증명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인기가 없으면 표절의혹 자체를 받기 어려운데, 요 몇 년 사이 ‘걱정말아요 그대’는 ‘응답하라1988’의 OST와 촛불집회를 상장하는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 아니냐. 심지어 최근에는 안철수 대선후보의 응원곡으로 채택되지 않았느냐”며 “실제 ‘걱정말아요 그대’는 대중의 인기를 받기 시작하면서 표절의혹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던 곡이었는데, 다시금 주목을 받으면서 논란이 터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걱정말아요 그대’가 대표적인 위로곡으로 꼽힌 만큼 실제 표절여부를 떠나서 의혹 하나만으로도 대중에게 큰 배신감을 주고 있다. 만약 ‘걱정말아요 그대’가 처음부터 번안곡으로 알려졌다면 대중이 받은 충격은 없었을 수도 있다. ‘걱정말아요 그대’가 사랑을 받은 이유 중 하나로 ‘가사의 힘’도 분명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걱정말아요 그대’는 번안곡이 아닌 전인권이 작사·작곡한 곡이다. 어떻게 하더라도 표절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표절논란은 친고죄이다. ‘Drink doch eine met’의 블랙 푀스가 고소를 해야만 표절여부가 가려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걱정말아요 그대’가 안철수 후보의 대선 캠프 로고송으로 꼽힌 만큼 뒤늦은 표절논란은 정치적인 공격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대중은 더 이상 표절여부의 진실이 궁금해 하지 않는다. 앞으로 이번 표절논란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쉽게 단정할 수 없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걱정 말아요 그대’가 표절의혹만으로도 큰 실망을 안겼다는 것 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남게 됐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