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선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대중가요와 시와 소설에도 곧잘 등장한다. 공지영의 장편 소설 ‘고등어’에서 이 등 푸른 생선은 과거와 현재를 투영하는 매개물이다. 소금에 절여져 좌판에 드러누운 고등어가 현재라면 푸른 바다를 헤엄친 자유와 이상, 뜨거운 신념은 과거다. 그러나 왜 그렇게 힘들게 헤엄쳐 다녔을까 하는 작가의 질문은 열정이 사라진 영혼에 대한 자괴심과 회한의 역설적 표현이다.
국산 고등어를 그물코에 걸어 밥상에 올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모양이다. 중국의 남획 탓도 있지만 지구온난화로 고등어 회유 해역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우리 바다의 어획량이 줄었다. 1998년 45만 톤에 달했던 어획량은 지난해 13만 톤으로 뚝 떨어졌다. 이 틈을 타 몇 년 전부터 값싼 수입산 고등어가 대형마트 좌판에 배를 깔고 드러누웠다. 지난해 수입물량 4만여 톤 가운데 열에 아홉은 노르웨이산이다. 해양수산부가 그제 고등어와 복어 등 10개 수산물에 대해 보조금 지급 공고를 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피해보전금이다. 이러다가 고등어마저 추억의 국민 생선 명태 꼴 나지 않을까 슬며시 겁이 난다. 명태는 2008년부터 어획량 제로다. 우리 바다에서 씨가 말랐으니 수입산이 아무리 식탁을 점령해도 보조금 받을 처지조차 못 된다. /권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