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과 연구자들이 한국 기업이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전자동 단백질 합성기의 팬이 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기업 G사는 원하는 단백질을 얻기 위해 1년여간 연구를 거듭했지만 실패했다. 세포가 이 단백질을 만들어내도록 재조합 유전자를 넣어주고 배양한 뒤 분리·정제 과정을 거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삐끗하면 단백질이 손상돼서다.
하지만 한국의 바이오니아가 개발한 전자동 단백질 합성기 ‘엑시프로젠’을 구입한 뒤 일이 술술 풀렸다. 재조합 유전자와 바이오니아의 단백질 발현·정제 키트, 합성기를 활용했더니 세포배양 과정 없이 원하는 단백질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보리스 마르티나크 교수는 엑시프로젠 덕분에 발현·정제가 어렵다는 막단백질을 얻어 지난해 연구자들의 로망인 ‘네이처’에 두 편의 논문을 실을 수 있었다. 미국 스탠퍼드대 단백질 구조 공동실험실은 홈페이지의 보유장비 소개 코너(https://mskc.stanford.edu/equipment) 맨 위에 이 장비를 갖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에 자극받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샌프란시스코대 등도 바이오니아에 장비 데모를 요청했다.
엑시프로젠은 6~24시간 만에 정제까지 마친 최대 16종의 합성 단백질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단백질 의약품을 개발하거나 대장균·동물세포주 같은 균주의 생산효율, 단백질의 활성·내열성을 높이는 연구기간 단축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유전자가위(에이즈·혈우병 등 난치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부위를 잘라내도록 고안된 단백질),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포함한 항체 치료제, 효소, 백신, 질병진단 키트용 항원·항체 등 활용 분야도 다양하다. 사용해본 연구자들도 엄청난 인내력을 요구하지만 성공 확률이 낮은 유전자 재조합 세포배양, 단백질 분리·정제 ‘노가다(막일)’에서 해방됐다며 환호성이다.
바이오니아 입장에서는 엑시프로젠(2만5,000달러)과 함께 장비 가동에 필수적인 시약을 계속 판매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바이오니아는 길이가 매우 짧은 한 가닥 유전자(올리고 DNA/RNA), 유전자·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원재료와 합성 장비를 개발해 제약사·연구자 등을 상대로 주문생산 서비스도 하고 있다. 합성 서비스 시장은 연간 40%씩 성장세다. 혈액 등에서 B형·C형간염과 에이즈·성병·결핵 같은 병원체의 유전자를 증폭해 감염 여부와 치료 경과를 확인하는 분자진단 키트·장비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는 “엑시프로젠과 같은 전자동 단백질 합성기는 기존에 없던 혁신적 제품”이라며 “지난해 유전자 합성 서비스, 분자진단, 생명공학 연구용 제품 판매로 217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300억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